깡통전세 확산에 전세권 등기 요구 급증…집주인들 '씁쓸'
역전세난이 부른 新풍속
"예전같으면 턱도 없는 일인데
확정일자면 됐지…" 심기불편
세입자 "등기료 1억당 50만원
아깝지만 전세권 있으면 안심"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시장이 흉흉해지자 보증금 보호를 위해 더욱 강력한 법적 장치를 강구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확정일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 임차인이 대항력 ‘끝판왕’으로 불리는 전세권 설정 등기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자신이 전세 세입자라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후순위 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 변제를 받는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별도로 배당 신청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전세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확정일자는 전세금을 받기 위해 반환 소송과정을 별도로 거쳐야 한다.
강력한 보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권 설정 등기 건수가 감소세인 이유는 등기 설정의 어려움 때문이다. 전세권 설정을 하는 데 보증금 1억원당 5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한 부동산 등기 전문 법무법인 관계자는 “등록세, 등기신청수수료, 법무사비용 등을 합하면 보증금 1억원당 50만~6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지난달부터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권 설정 등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집주인의 동의’다. 확정일자 등록은 집주인 동의가 필요 없지만 전세권 설정은 양측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한 임대사업자는 “과거엔 임차인들이 어렵게 말을 꺼냈던 전세권 설정 등기를 요즘은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예전 같았으면 바로 거절했겠지만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권 설정 등기가 만능특효약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빌라왕 사태’처럼 임대인의 체납 부동산 세금이 있으면 체납세금이 0순위 변제이기 때문에 전세권 설정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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