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빠지는 전세價…집값 끌어내린다
전셋값 추락에 집주인 '공포'
11월 서울 전세가율 53.9%
10여년前 수준으로 돌아가
내년초 입주 '개포프레지던스'
17억→ 8억 반토막…매물 쏟아져
"전세대출이 집값 변동성 키워
하락기 맞아 '급락 방아쇠'로"
11월 서울 전세가율 53.9%
10여년前 수준으로 돌아가
내년초 입주 '개포프레지던스'
17억→ 8억 반토막…매물 쏟아져
"전세대출이 집값 변동성 키워
하락기 맞아 '급락 방아쇠'로"

강남 전세 반토막, 임대·임차인 ‘아우성’

6864가구 규모인 이 단지의 지난달 전·월세 거래가 작년에 비해 20% 이상 줄어든 78건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41건이 월세·반전세였다. 전세 거래가 안 되다 보니 집주인과 임차인의 다툼도 늘어나고 있다. 신천동 T공인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임차인과 ‘돈이 없는데 어쩌냐’는 집주인이 언성을 높이고 다툰다”며 “2년 전 11억~12억원(전용 84㎡)의 전세금을 받았던 집주인들은 돈을 돌려주려고 생활자금대출을 받는 일이 흔하다”고 전했다.
최근 2~3년 사이 전세가 급등한 강남권 아파트 전반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 9월 2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이달 들어 14억원까지 내리더니 최근엔 12억5000만원짜리부터 13억원대 전세 매물 수십 개가 쌓였다.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연초 3만1173건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지금은 70%가량 늘어난 5만3743건에 달한다.
내년 초 입주하는 3375가구 규모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에선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수요 때문에 저가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17억원에 나왔던 전용 84㎡ 전세가 입주가 임박해오면서 8억8000만원까지 떨어졌고, 59㎡는 6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급증한 전세자금 대출이 변동성 키워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락한 것은 최근 수년 사이 치솟은 전셋값이 실수요자가 감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연 3%대였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올 들어 연 5~6%대로 오른 데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4년 전에 전세 계약을 했던 세입자들은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자녀를 다 키운 기존 전세입자들은 전셋값이 낮은 주변 단지로 이사가는 사례가 많다”며 “새로 이사오려는 사람도 연 5%가 넘는 전세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전·월세 전환율 3~4%대인 월세가 유리하기 때문에 전세 물건은 외면한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급격한 역전세난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상승기에 늘어난 전세자금 대출을 지목했다. 2012년부터 정부가 보증을 확대하는 등 전세금 대출을 활성화한 결과, 23조원 규모에 불과하던 금융권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작년 말 180조원까지 급증했다. 강민석 KB금융 경영연구소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강화하면서도 전세금 대출 지원은 확대하면서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전셋값과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전셋값은 내년까지 더 하락하면서 집값도 함께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과거엔 집값이 많이 떨어지면 무주택 전세입자들이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여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전세금에 대출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며 “금리가 하락하기 전까지는 전셋값과 집값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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