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받아 매물 안내린 건데…" 허위매물 누명 쓴 중개업소
서울 용산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A대표(여·55)는 최근 용산구로부터 인터넷에 허위 매물을 등록했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늘자 잔금 청산 때까지 매물을 거둬들이지 말아달라는 매도인 측 요청을 수용했을 뿐인데, 구가 ‘허위 매물’이라고 기계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A씨 고객인 B씨는 지난 9월 용산구에 있는 오피스텔 1실(전용면적 29㎡)을 급매로 내놨다. 매도 호가는 1억9000만원. 전세 1억8700만원을 끼고 있어 실투자금은 단돈 300만원에 불과했다. 매수 희망자가 금방 나타났고 계약도 정상적으로 체결됐다. 잔금 예정일은 9월 말로 결정됐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집값이 떨어진다는 언론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매수인 C씨 측은 돌연 잔금을 치르지 못하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가격을 깎아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갑자기 시시콜콜한 증빙 서류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사정이 이렇자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B씨는 C씨의 잔금 청산을 설득하는 동시에 다른 매수인 물색에도 나서야 했다. A씨에게 인터넷에 매물 광고를 계속 올려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매수인 C씨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 허위 매물 신고를 했다. C씨가 이를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려고 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인터넷광고재단은 용산구에 현장 조사를 의뢰했고 용산구도 이 같은 사실을 모두 확인했으나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며 과태료 500만원 부과 방침을 밝혔다.

용산구 관계자는 “관계법령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계약이 체결된 뒤 지체 없이 (매물) 표시·광고를 삭제하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다만 정상 참작으로 50% 감면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판단해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도 “제도 개선을 위해 다음달을 목표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하헌형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