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그간 안전진단 벽에 막혀 지지부진하던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지 노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목동 11개·상계 2개 단지…사실상 안전진단 완료 효과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넘겼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아파트는 389개 단지(약 30만 가구)에 달한다. 노원구가 79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강남구 46곳, 도봉구 34곳, 송파구 23곳, 양천구·강서구 각 22곳 등 순이다.

이 중에서도 사업 추진 단지가 많은 양천구와 노원구가 이번 완화 방안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가 2020~2021년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차례로 탈락한 뒤 총 2만6629가구 규모인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6단지가 유일하다.

6·9·11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2차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신정동 A공인 관계자는 “2차 정밀안전진단 의무화가 폐지되면서 11개 단지는 안전진단을 완료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목동신시가지9·11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선 예비 안전진단(현지 조사)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9단지 관계자는 “내년 초 곧바로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9·11단지는 과거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각각 58.55점, 58.78점을 받았다. 본지 시뮬레이션 결과, 구조 안전성 가중치가 현행 50%에서 30%로 축소되면 두 단지의 총점은 합격권(55점 이하)인 52.90점, 53.89점으로 낮아진다.

노원구에선 상계주공 16개 단지 중 5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진행 중이고, 1단지와 6단지가 적정성 검토를 앞두고 있다.

2021년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60.07점을 받았던 노원구 태릉우성도 안전진단 기준 완화 시 54.25점을 받아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