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에도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달부터 중도금 대출 상한이 12억원까지 늘었지만 청약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규제 완화 대책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은 매주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33개 지역의 수도권 아파트가격을 분석한 결과 27개 지역(81.8%)이 해제 전보다 하락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변동률을 기준으로 해제 효력(11월 16일자)이 발생하기 전 2주치 변동률(11월 첫째·둘째주)과 해제 직후 2주치 변동률(11월 셋째·넷째주)을 비교했다.
정부가 지난달 서울과 경기 과천·성남·하남·광명 등 수도권 5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지만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은 규제 해제 전에는 0.90% 떨어졌지만 해제 후에는 -1.40%로 낙폭이 커졌다. 안양도 같은 기간 -1.28%에서 -1.86%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안산(-1.32%→-1.58%), 군포(-1.27%→-1.65%), 의왕(-1.48%→-2.18%) 등 대부분 지역도 마찬가지다.
낙폭이 줄어든 곳은 남양주(-1.49%→-1.37%), 화성(-1.25%→ -1.12%), 광주(-0.87%→-0.77%), 성남 중원구(-1.74%→-0.95%), 인천 동구(-1.38%→-1.21%) 등 5개 지역에 불과했다.
중도금 대출 상한이 12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서울 지역 아파트 청약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1순위 마감에 실패해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전국 아파트값 낙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은 이달 첫째주(5일 기준) 기준 전주 대비 0.59% 내렸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서울 집값도 0.59% 떨어져 28주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집값 하락 우려와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세 위축이 정부의 규제 해제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의 경우 정부의 규제 완화 시점이 늦은 감이 있다”며 “대출과 세금 양쪽 모두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교수는 “애초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었고 효과도 없었다”며 “조금씩 규제를 푸는 것보다는 정상화 차원에서 일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그간 안전진단 벽에 막혀 지지부진하던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지 노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넘겼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아파트는 389개 단지(약 30만 가구)에 달한다. 노원구가 79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강남구 46곳, 도봉구 34곳, 송파구 23곳, 양천구·강서구 각 22곳 등 순이다.이 중에서도 사업 추진 단지가 많은 양천구와 노원구가 이번 완화 방안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가 2020~2021년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차례로 탈락한 뒤 총 2만6629가구 규모인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6단지가 유일하다.6·9·11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2차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신정동 A공인 관계자는 “2차 정밀안전진단 의무화가 폐지되면서 11개 단지는 안전진단을 완료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목동신시가지9·11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선 예비 안전진단(현지 조사)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9단지 관계자는 “내년 초 곧바로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9·11단지는 과거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각각 58.55점, 58.78점을 받았다. 본지 시뮬레이션 결과, 구조 안전성 가중치가 현행 50%에서 30%로 축소되면 두 단지의 총점은 합격권(55점 이하)인 52.90점, 53.89점으로 낮아진다.노원구에선 상계주공 16개 단지 중 5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진행 중이고, 1단지와 6단지가 적정성 검토를 앞두고 있다.2021년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60.07점을 받았던 노원구 태릉우성도 안전진단 기준 완화 시 54.25점을 받아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거여새마을’ 구역이 최고 35층, 1654가구 규모 아파트로 탈바꿈한다.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8일 각각 도시재정비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열어 거여새마을구역 재정비 촉진계획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공공재개발사업 후보지 가운데 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거여새마을 구역은 거여역 일대 노후한 저층 주거지역으로 면적은 7만1922.4㎡(약 2만1700평)에 달한다. 2011년 거여·마천재정비촉진지구로 편입돼 재개발사업이 추진됐으나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대다수여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1종 주거지역은 주택 층수가 4층을 넘을 수 없어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이 구역은 지난해 3월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원점에서 사업을 다시 검토했다. 서울시가 올 9월 사전기획안을 확정한 지 약 3개월 만에 주민공람 등 입안 및 심의절차를 마무리했다.이번에 통과된 재개발 촉진계획안에 따라 제2종 일반주거지역 등으로 용도지역이 상향되고 사회복지시설을 기부채납(공공기여)하면서 법적 상한초과용적률이 적용된다.이에 따라 최고 35층 높이의 공동주택이 1654가구 공급되며 이 가운데 공공주택은 468가구다. 서울시 임대주택 혁신 방안에 따라 3~4인 가구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59~84㎡형은 294가구, 1~2인 가구 등을 위한 전용 39~49㎡형은 174가구가 공급된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가 7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 절벽’ 장기화와 자금 경색의 여파로 분양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8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2월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47.2로 지난달(51.2)보다 4.0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분양 예정이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7.8포인트 오른 52.4를 기록해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기(29.5→46.2)와 세종(33.3→50.0)은 지난달 지수가 대폭 하락한 뒤 반등했다. 울산(41.2→60.0)의 지수는 지역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면서 상승했다. 대전(42.9→64.7)과 전북(40.0→58.8)은 규제지역 해제에 따른 영향으로 지수가 올랐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아파트 분양 시장 침체가 빨라진 만큼 정부의 신속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