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충당금 100억이 1년새 반토막…은마에 무슨 일이
서울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사진)의 재건축추진위원회를 대상으로 이례적 행정조사가 시작됐다. 장기수선충당금 유용 여부 등이 밝혀질지 관심을 끈다.

7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정부 합동점검반은 이날부터 열흘간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조사한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가 서울시, 강남구, 한국부동산원, 회계사, 변호사 등과 함께 벌인다. 외부 전문가까지 동원해 이례적으로 개별 조합 추진위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시발점이 됐다. 은마아파트 입주민 중 일부로 구성된 재건축 추진위가 국책사업인 GTX-C 노선에 대해 근거 없는 논리를 앞세워 변경을 요구하자 국토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럼에도 은마 재건축추진위는 GTX-C 노선 공사를 맡은 건설사 오너 집 앞에서 한 달 가까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선 은마 재건축 추진위의 장기수선충당금 유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건축 추진위는 버스 대절, 참가비 지급 등 GTX-C 노선 우회 시위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주택 회계로 관리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편법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 공동주택통합정보마당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100억원 이상을 유지해온 은마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56억여원으로 감소했다. 정부 행정조사를 통해 장기수선충당금을 법적 용도 목적 외에 사용한 게 밝혀지면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등의 혐의로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앞서 강남구는 1월부터 8월까지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가 장기수선계획을 부적절하게 수립했다는 이유로 4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은마 재건축추진위가 재건축 사업에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GTX-C 노선 우회를 무리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보면 최고 층수는 높일 수 있지만 연면적과 용적률은 동일하게 유지된다”며 “현재로선 은마의 용적률 상향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