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에 거래절벽
미분양 늘자 건설사 '미적미적'
3년 뒤 '공급 가늠자' 착공 실적
올 1~10월까지 25% 이상 급감
건설업계에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총파업으로 인한 공사 지연 등의 대형 악재가 몰리면서 약 3년 뒤 민간부문 주택 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3~4년 후 주택 공급을 결정짓는 신규 착공 실적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등의 외부 변수까지 더해지고 있어서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기준 주택 착공 실적은 전국 33만99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5만1134가구)에 비해 26.6% 줄었다. 아파트만 놓고 봐도 올해 25만7590가구로 1년 전에 비해 25.1% 감소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인허가 실적은 증가세에 있지만 분양 시장 냉각과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건설회사들이 착공을 미루고 있는 영향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파른 대출이자 부담으로 실수요자들이 몸을 사리면서 미분양 주택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0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로 전월(4만1604가구)에 비해 13.5%(5613가구) 증가해 5만 가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1만7710가구)의 2.7배 수준이다. 올 10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21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5209건)에 비해 57.3% 급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집값 반등에 대한 실수요자의 기대가 줄어들면서 ‘거래 절벽’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레고랜드발(發) PF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0개 건설사의 전국 건설 현장 233곳 중 31곳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가장 큰 이유는 ‘PF 조달 불가’였다. 건설사 관계자는 “PF 실행이 어려워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인허가를 받아도 착공에 들어갈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겹쳐 전국 건설 현장의 셧다운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전국 1269개 건설 현장 중 751개(59.2%)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간신히 공사를 재개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도 또다시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 이후 시멘트 출하량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건설노조의 동조 파업까지 터지면 건설 현장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착공 물량이 줄어들면 통상 3~4년 후에 주택 공급량이 줄 수밖에 없다”며 “주택 공급량 감소는 하향 조정 국면에선 전세 물량을 줄여 주거 안정성이 낮아지고, 회복 국면에선 가격 급등을 유발해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황병철 현대오일뱅크 전국통합쟁의부장)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가 13일째 지속된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국 주요 거점 15곳에 집결해 총파업에 나섰다. 하루짜리 총파업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주장과 달리 화물연대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며 “투쟁 강도를 높여 오는 14일 또다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파업 동력은 급격히 약해진 모양새다. 공동 파업을 예고했던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와 대우조선해양이 파업 불참을 선언하는 등 핵심 노조의 대열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내부 균열 커지는 민주노총이날 민주노총은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인천시청 앞, 포항철강산업단지 등 전국 15곳에 모여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파업 강도를 더 높여 정부를 압박하겠다고 선언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탄압 일변도의 정부에 맞서 더 단단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인천본부 집회에선 “기름 재고를 바닥 내 화물연대의 힘을 보여주자” 등의 구호가 나왔다.민주노총 지휘부 주장과는 달리 화물연대의 파업 동력은 꺼져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 참가 인원은 44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 출정식 당시 9600명에서 54.2% 줄어든 수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운송기사들이 속속 생업에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남 광양항에서 농성을 벌여온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6시 업무에 복귀했다. 강성 노조로 분류되던 조합원들이다. 또 임단협이 마무리된 현대중공업그룹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파업 불참을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임단협이 끝나지 않았지만 파업 참가를 유보했다. 임단협에 집중한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파업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여론도 화물연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14~16일 시행한 조사에서 ‘안전운임제를 목적으로 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58%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비율이 58%를 기록했다. 6주 만에 여론이 돌아선 것이다. 물동량 점차 회복세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까지 33개 운송업체와 운송기사 79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고, 현장조사가 끝난 7개 운송업체에선 운송기사 대다수가 업무에 복귀했다고 발표했다.생업에 복귀하는 노조원이 늘어나면서 물동량도 증가하고 있다. 6일 시멘트 운송량은 16만6000t으로 평상시 운송량(18만8000t)의 88% 수준까지 회복됐다.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 횟수 역시 6000회를 기록해 평상시(7246회)의 83%를 나타냈다. 시멘트 운송량이 증가하면서 이날 레미콘 생산량은 30만8000㎥를 기록했다. 평상시(50만3000㎥)의 61% 수준이다.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공사 현장이 다시 가동되는 등 정상화 움직임도 보였다.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이날 7만242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상시 대비 99%를 기록해 사실상 총파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정부는 ‘선(先) 복귀·후(後) 협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건설노동조합 동조 파업이 벌어진 부산의 한 건설 현장을 찾아 “조직적인 집단의 힘을 갖고 정상적 거래가 아닌 위협과 협박을 써서 대화하면 그게 바로 폭력”이라며 “이번 기회에 화물연대의 ‘떼법’뿐 아니라 조폭적 행태도 함께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장강호/김은정/곽용희/김재후/구교범 기자 callme@hankyung.com
‘10만 청약설’까지 돌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 1순위 청약에서 1만3000여 건 접수에 그쳤다. 금리 인상과 아파트 가격 하락이 주택 매수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당해지역 1순위 청약에서 3695가구(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1만3647건이 접수됐다. 청약 경쟁률은 3.7 대 1에 머물렀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29㎡ 주택형(12.8 대 1)으로, 5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64건이 사용됐다.모든 주택형이 1순위 당해지역에서 마감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16개 주택형 중 전용 29㎡와 59㎡ D·E, 84㎡ A·B 등 5개 주택형은 이날 마감됐다. 하지만 나머지 11개 주택형은 1순위 기타지역 청약을 받는다. 주택형별로 공급 가구수와 예비당첨자(공급 가구수의 500%)를 합쳐 최소 6 대 1의 경쟁률을 웃돌면 후순위인 기타지역 신청은 받지 않는다.당초 부동산 시장에선 ‘올림픽파크 포레온’에 최소 3만 개 이상의 청약통장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았지만 오랜만에 강남권에 분양하는 대규모 단지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10만 건 이상의 청약 접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까지 모았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이 나오는 전용 59㎡조차 평균 청약 경쟁률이 4.9 대 1에 불과한 데 이어 전용 59㎡의 최고 경쟁률도 8.8 대 1에 그쳤다. 분양가가 12억원이 넘어 대출이 나오지 않는 전용 84㎡ 경쟁률(평균 4.0 대 1)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상대적으로 ‘주방 뷰’ 논란이 일었던 전용 84㎡E와 전용 59㎡C 주택형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용 84㎡E는 563가구 모집에 1512건이 신청해 2.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59㎡C는 149가구 모집에 597건 몰려 4.0 대 1을 나타냈다.‘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저조한 성적은 분양시장 위축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에서 올초 공급한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34.4 대 1, ‘한화포레나 미아’는 7.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청약한 강동구 둔촌동 ‘더샵파크솔레이유’도 1순위 경쟁률(15.6 대 1)이 10 대 1을 웃돌았다.전날 진행된 ‘올림픽파크 포레온’ 특별공급에선 1091가구 모집에 3580명(기관 추첨 포함)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 3.3 대 1이었다. 특별공급은 전용 29~49㎡ 주택형만 배분되면서 다자녀 가구와 신혼부부 물량이 일부 미달했다.1순위 기타지역과 2순위 당해지역은 7일 청약이 진행된다. 예비당첨자 500%를 충족하지 못하면 다음날인 8일 2순위 기타지역 청약이 이뤄진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15일이고 계약일은 다음달 3~17일이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