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이 유례없는 급락세를 보이는 와중에 고가 아파트는 오히려 올랐다는 통계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부동산 통계 개편 과정에서 고가의 재건축 신축 아파트가 대거 표본에 추가되면서 나타난 ‘통계 착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침체기에…'상위 20%' 고가 아파트는 올랐다고?
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1039만원으로, 10월 평균 매매가보다 7255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값 평균도 25억4284만원으로 10월 대비 1억2488만원 올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1억원 이상 상승한 17억1260만원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도 부산의 상위 20% 아파트값은 9억5154만원으로 전달보다 5000만원 이상 비싸졌고, 대구도 7억7560만원으로 한 달 새 2000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강남권과 경기 신도시의 랜드마크 단지까지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통계가 나오면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KB부동산은 “11월 표본 수가 확대 개편되면서 시장 흐름과 다른 가격 조정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KB부동산은 11월부터 표본 조사 지역을 전국 152개 시·군·구에서 240개로 확대하고 표본 수도 기존 3만2000가구에서 6만2000가구로 늘렸다. 11월 가격 흐름이 전달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다. KB부동산은 “이전까지는 2~3년에 한 번 통계를 개편할 때 표본 숫자를 3만2000곳으로 고정했었으나 이번엔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표본 확대 영향으로 1~4분위 아파트는 지난달 평균 매매가 내림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억2289만원으로 전달보다 169만원 내렸다. 서울 하위 20% 아파트도 10월 대비 1514만원 하락한 5억601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