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오피스 빌딩 거래가 실종됐다. 마스턴투자운용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 광화문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 사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오피스 빌딩 거래는 말 그대로 올스톱된 상황입니다. 다들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서울의 업무용 부동산 거래가 멈췄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높아졌는데 건물 가격은 전혀 떨어지지 않은 탓이다. 오피스의 공실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고 임대료는 더 오르고 있다. 가격에 대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높이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내년에도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거래가 재개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좀처럼 안 떨어지는 매도자 눈높이
2일 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에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알려진 광화문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 사옥)은 자금조달이 어려워 거래가 중단됐다. 매도 측인 DWS자산운용(옛 도이치자산운용)은 지난 8월 인수금액으로 약 6800억원(3.3㎡당 3700만원대)을 제시하며 마스턴투자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마스턴이 우선협상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삼동 아이콘역삼은 매도 측인 M&G리얼에스테이트와 캐피탈랜드투자운용이 3.3㎡당 4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원매자들이 인수를 포기한 경우다. 서소문동 동화빌딩도 매도 측인 마스턴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티코어컨소시엄과의 가격 협상이 불발되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 거래가 무산됐다. 타워8, 남산스퀘어, 용산더프라임 등도 모두 비슷하다.
거래가 실종된 건 금리 상승으로 시장 환경이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자들의 눈높이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젠스타메이트 부동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3.1%로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임대료는 1.3% 올랐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작년 말과 비교하면 2.4%포인트나 내렸다. 강남권역 공실률이 1.6%로 가장 낮고 여의도는 2.3%였다. 서울 도심(종로구 중구 일대)은 4.9%로 권역 중 높은 편이지만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3.3㎡당 12만7000원으로 작년보다 3.2% 상승했다”고 말했다.
올해 오피스 거래 전년보다 17% 감소
부동산 투자업계에선 캡레이트(cap rate·자본 환원율)와 대출금리, 밸류에이션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캡레이트는 건물 가치 대비 임대료 등 순영업수익을 뜻한다. 최근 SK리츠가 편입한 종로타워의 매입가는 6215억원(3.3㎡당 3390만원), 캡레이트는 2% 후반대로 알려졌다. 서울 도심지역의 평균 캡레이트는 3.5%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이미 연 7~8%대로 올라선 선순위 대출 금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2020년 1분기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올해 4분기엔 거래가 모두 멈춰섰다. 올해 총 오피스 거래금액은 전년보다 17% 감소한 10조원 수준에 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거래가 하나도 성사되지 않는 건 기정사실이고 내년에도 언제부터 거래가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 우려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비교적 안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던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의 PF대출 건전성도 올 3분기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부동산 시장 한파로 저축은행업계의 PF대출 연체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3분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에서 발생한 연체액은 총 2,67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0%나 증가했습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부동산 거래까지 얼어붙으면서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 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겁니다. 리스크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금융지주 계열의 저축은행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올 3분기 신한과 KB, 하나, 우리, NH 등 5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의 요주의 이하 PF대출 채권 규모는 전분기보다 72.8%나 늘었습니다. 요주의로 분류된 채권은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에 포함되진 않지만, 연체기간이 1~3개월된 대출로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저축은행업계 관계자 : 지금 부동산 상황이 안좋으니까 부동산 담보대출은 거의 못 나가고 있고, 서울 지역의 우량한 것만 추진하려고 하고…]지주계열 저축은행은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PF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개인이 아닌 기업연체의 경우 부실채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더욱 큰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 : 연체가 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부정적인 징후고요.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춘 것이 아니고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더 우려되는데…내년 초 정도 되면 부실이 더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수도권에 1000채가 넘는 빌라·오피스텔을 갭 투자(전세 낀 매매)로 사들여 임대업을 하던 이른바 ‘빌라왕’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수백 명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구상권을 청구할 집주인마저 사라지면서다. 결국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서민들이 전세 피해로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의 1139채에 달하는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하던 40대 김모씨가 사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세입자 200여 명에 대한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는 이를 근거로 대위변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이 계약 해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게 됐다.4촌 이내 친족 중 누군가 상속을 받아야 대위변제가 가능해지는데 친족들이 상속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망한 김씨가 지난해 62억원의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해 소유 주택마저 압류된 상태다.그나마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은 뒤에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속 절차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족이 상속받거나 상속을 포기한다면 법원에서 법적인 주체를 지정해야 하는데 이 기간 전세대출 보증이나 융자 상환 부분이 유예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주택 규제 강화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수익형 부동산이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았다.12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1~10월)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총 6만1577건으로, 전년 동기(8만3230건) 대비 26% 줄었다. 수도권은 작년 4만5636건에서 올해 3만1956건으로, 지방은 3만7594건에서 2만9621건으로 감소했다.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 거래량(8327건)이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월 거래량은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인 3968건으로 집계됐다. 대출 비중이 높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특성상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가중이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집합건물과 1억원 이하 부동산의 거래 비중은 높아졌다. 집합건물은 한 동의 건물에서 구조상 독립되고 각각 구분 등기된 건물을 뜻한다. 한 동 전체가 하나의 소유권으로 성립된 일반 건물에 비해 매매가격이 저렴한 편이다.올해 1~10월 전국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부동산 중 집합건물 비중을 살펴보면 △전국 73.7%(4만5376건) △수도권 78.9%(2만5219건) △지방 68.0%(2만157건)로 조사됐다. 일반 건물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침체기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