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사람 없고, 규제는 풀리고…매물 거둬들이는 집주인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다. 정부가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 실종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 지역을 해제한 뒤 나타나는 현상이다. 불어난 대출이자 부담으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지켜보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물은 41만2395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서울과 경기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한 지난 10일(43만916건)에 비해 4.29%(1만8521건) 감소했다. 하루평균 1000여건의 매물이 줄어든 셈이다.

매물 감소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도별로는 전남 지역에서 매물 감소세가 가파르다. 지난 10일 6816건이던 전남 아파트 매물이 이날 기준으로는 6315건으로 7.4% 줄었다. 광주, 대전, 경남 모두 같은 기간 5%가량 감소했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도 4.4% 줄었다. 빠르게 매물이 쌓이던 부산조차 4.2% 감소했다. 시·군·구별로는 경북 안동시가 가장 큰 매물 감소폭(-22.6%)을 기록했다. 부산 중구의 매물 감소폭(-17.8%)도 큰 편이었다.

여전히 규제 지역으로 남아 있는 서울도 아파트 매물 감소세가 빠른 편이다. 도봉구(-8.3%), 강남구(-7.8%), 중랑구(-6.4%), 노원구(-6.0%)의 매물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가파르다.

공덕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 대표는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기 위해 정부가 서울 규제 지역 해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하반기 들어 급매가 조성하고 있는 시세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집주인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나 ‘급급매’ 수준으로 매도가 시급한 집주인이 아니라면 매물 회수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물이 줄어도 당장 거래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반등 계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집값 하락 압박도 강해 내년까지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막혔던 대출이 풀려 과거처럼 ‘급매물’이 쌓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금리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 예측하는 게 쉽지 않아 언제쯤 거래가 정상화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