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중이던 월세 시장이 숨 고르기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셋값이 크게 조정받으면서 임대차 물건이 적체된 영향이다. 수도권은 대부분 지역의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고 경기 화성, 인천 동구 등 일부는 하락 전환했다.

수도권 월세 '숨고르기'…입주량 급증에 전셋값과 동반 약세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월간 주택종합(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포함) 월세가격은 전월 대비 0.05% 올랐다. 지난 9월(0.10%) 오름폭의 절반 수준이다.

수도권이 지난 9월 0.13%에서 지난달 0.06%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서울(0.10%→0.09%)과 지방(0.08%→0.05%)은 비교적 상승폭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임대차 수요가 많은 서울 지역은 전세 수요가 월세로 전환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대차 수요가 제한적인 지역들은 금리 인상기임에도 불구하고 월세 상승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경기와 인천이 대표적이다. 인천 월세가격 변동률은 지난 9월 0.18%에서 지난달 0.01%로, 경기는 0.14%에서 0.04%로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월세 변동률이 하락 전환한 곳도 적지 않다. 지난 9월 월세가 0.13% 올랐던 경기 화성은 지난달 -0.28%를 나타냈다. 경기 수원 장안구(-0.35%), 오산(-0.11%), 용인 처인구(-0.04%) 의왕(-0.03%) 등도 하락 전환했다.

수원 장안구 정자동 동신3차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계약됐는데 지난 9월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5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화성 기산동 신동탄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4월 같은 주택형(보증금 2000만원, 월세 110만원) 월세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들 지역은 입주 물량 누적으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져 전세에 이어 월세 시장도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천과 경기의 지난달 전셋값 변동률은 각각 -1.36%, -1.39%를 기록했다. 대구(-1.19%), 세종(-1.62%) 못지않은 하락률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공급이 없으니 전세와 월세 중 월세를 선택하지만 공급이 많은 지역은 전세, 월세 둘 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통상 전월세 전환율이 전세 대출금리보다 높아질 때까지 월세가 강세지만 최근엔 공급 물량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9월 기준 전국 전월세 전환율은 5.8%, 서울은 4.9% 수준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