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두면서다. 전국 대부분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서울도 언젠가는 규제 지역에서 풀리지 않겠나'라는 기대감이 반영돼서다. 무섭게 치솟던 금리 인상 속도가 잦아들 수 있다는 전망도 집주인들 마음을 바꾸게 한 이유다.

17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14일 기준 5만5103건으로 집계됐다.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발표한 지난 10일 5만7370건보다 2267건(3.95%) 줄어든 것이다.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매물이 줄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도봉구가 1998건에서 1869건으로 129건(6.45%) 줄어 감소율이 가장 컸다. 이어 △노원구(4363건→4129건)가 5.36% 감소 △중랑구(1881건→1785건) 5.1% 감소 △중구(742건→706건) 4.81% 감소 △용산구(1202건→1145건) 4.85% 감소 등이었다.

정부는 지난 10일 올해 3번째 부동산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경기도에서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 등 9곳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고 조정대상지역에선 경기도 22곳과 인천 전 지역(8곳), 세종 등 31곳이 해제됐다.
서울 서초구 더샵반포리버파크 앞에 설치된 공인중개사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더샵반포리버파크 앞에 설치된 공인중개사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효력은 14일 0시를 기해서였다. 서울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지 않았음에도 매물이 줄어들었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면서 서울도 언젠가는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커진 것 같다"며 "일단 ‘지켜보자’고 생각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점도 매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이번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때 근거로 작용했던 물가와 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서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로 여전히 높긴 하지만 지난 7월 6.3%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금리 안내문.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금리 안내문. 사진=뉴스1
그간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도 132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 도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이에 달러화가 약해졌다. 이달 초 112.93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전날 기준 106.45를 기록했다.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이 더뎌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도로 거둬가기도 한다"며 "아무래도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금리다보니 집주인들도 금리 전망에 따라 시장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규제 해제로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급매물 압박은 줄어들었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출 규제, 이자 부담 등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환경임은 여전해서다.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