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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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를 하다가 시간과 연륜이 좀 흐르면 길가의 빌딩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빌딩의 층수와 규모를 자세히 보게 되고 어떤 입주자들이 들어와 있는지도 살핍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오피스텔이나 상가도 눈에 띄지만 궁극적으로 빌딩에 꽂히게 됩니다. 그래서 빌딩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마지막 로망(roman)이라고 일컬어집니다.

빌딩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일단 폼이 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빌딩에 투자하는 금액대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소위 자산가라는 분들이 가장 많이 투자합니다. 자산가들이 아파트 몇 채, 상가, 토지 등으로 투자하다보면 관리도 힘들고 불편합니다. 보유 자금을 빌딩 한 곳에 집중하면 관리하기도 편하고 폼도 납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섹션 하나를 가리키면서 저 아파트가 내 것이라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빌딩의 1층 기둥에 손을 대면서 요즘 빌딩 투자가 대세라고 은근슬쩍 이야기하는 것이 더 기분이 좋지 않겠습니까?

빌딩이란 일반적으로 건물이나 집을 뜻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상업(업무) 용도로 사용되는 중층이상의 건축구조물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빌딩이라고 하면 대형 오피스건물이 떠올랐지만 최근 빌딩 투자가 어느 정도는 일반화되면서 소규모의 건축물도 빌딩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투자 현장에서는 규모에 따라 빌딩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빌딩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오히려 두드러집니다.
폼 나는 부동산 투자?…'빌딩푸어' 되지 않으려면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빌딩이 가진 가장 독특한 점은 독립된 건축 구조물이라는 점입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그리고 구분상가의 경우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이라 독립적이지 않지만 빌딩은 소유주체가 하나이면서 단일 소유권을 가집니다. 물론 공동소유도 있지만 이는 물건자체를 분할하여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권리를 분할하여 소유하는 것이고 물건자체를 분할해 소유하는 구분소유와는 명백히 다릅니다. 현실적으로는 제약이 있겠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빌딩투자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형화, 소자본화 된다는 점입니다. 소위 꼬마빌딩입니다. 명품이 가진 가장 무서운 파괴력은 소비 패턴이 하위 계층의 모방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부유층의 소비행태는 장기적으로 일반 중산층에 의해 모방됩니다. 따라서 명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확산될 수 있습니다. 빌딩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는 논리입니다. 이제 국내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금융권에서 발표하는 자산가 숫자를 보면 매년 평균 10%씩 늘어납니다. 과거 수백억 대에서 수십억대로 투자금액이 줄어들면서 강남에서 여타지역으로, 대로변에서 이면도로로 투자의 대상 또한 확대되고 있습니다. 소위 빌딩투자의 대중화입니다.

다른 모든 투자행위와 마찬가지지만 빌딩투자 또한 살피고 또 살펴야 합니다. 빌딩투자에 너무 많은 자산비중이 집중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수백억, 수천억대의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중소규모의 빌딩을 보유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수십억 내외의 자산가의 경우 빌딩에 투자할 경우 전체 자산에서 빌딩자산의 비중이 대부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빌딩 투자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은퇴(예정) 계층인 경우가 많은데 한 곳에 몰아서 투자하는 경우는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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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빌딩투자가 소자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자금이 소요됩니다. 투자 리스크를 걱정하는 분들은 주변의 지인들을 설득하여 같이 투자하는 경우도 꽤있습니다. 공동소유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유로 알려져 있는 공동소유는 민법상으로는 공유, 합유, 총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합유와 총유는 일반적인 부동산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소유는 공유라고 인식하면 됩니다. 공유 사례가 흔하지는 않지만 상속이 발생해 부동산 분할에 대한 피상속인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기간 동안에는 공유부동산이 됩니다.

공유의 형태로 빌딩에 투자할 경우,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것과 유사한 일이 발생합니다. 수익률이 예상했던 수준이면 큰 문제가 없는데, 수익률이 너무 좋거나 반대로 너무 좋지 않으면 사단이 납니다. 본인의 지분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으나,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복잡해질 걱정입니다. 사실 지분을 처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빌딩)을 처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빌딩을 매입하기 전에 공유투자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계약행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 처분하고 발생하는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유부동산 투자자는 투자 이전에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이런 유의 계약을 맺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유로 투자하실 경우 빌딩 매매계약을 하시기 전에 변호사 사무실에 들르기를 꼭 권합니다.

사실 빌딩푸어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입니다. 최근과 같이 금리가 급격히 오르거나 빌딩 공급이 많지 않더라도 수요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수요는 빌딩을 사려는 사람들만 일컫는 용어는 아닙니다. 시기의 문제이지 빌딩을 사고자하는 수요는 꾸준할 가능성이 큽니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소비의 명품에 해당하는 빌딩투자시장은 안정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빌딩 투자시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수요는 파생수요입니다. 빌딩에 들어와 상업과 업무활동을 하려는 임차인들입니다. 이들이 급격히 줄어든다면 빌딩푸어가 되는 길이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현재도 그 여파에 시달리지만 팬데믹 시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금리입니다. 국내 빌딩의 투자수익률은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운영수익으로만 대출이자를 감당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빌딩을 구입하신 분들은 자산가격 상승과 대출조정 등으로 큰 문제가 없으나 최근에 높은 가격에 빌딩을 매입하신 분들은 빌딩푸어에 더 가까이 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경기 또한 좋지 않아 상업과 업무활동을 하려는 파생수요 또한 많지 않습니다.

그럼 빌딩투자 시장은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을까요.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령화, 저금리, 저성장의 영향과 자산 양극화의 시대에는 빌딩만큼 매력적인 투자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빌딩도 수익형부동산이 가진 특성을 고려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익률이 거의 나오지 않는 빌딩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예비 빌딩푸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국내 빌딩투자시장이 자본수익(시세차익)에만 의존했던 관행은 사실 잘못된 투자방식입니다. 수익형부동산 투자 또한 기본에 충실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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