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을 호가하는 서울 잠원동의 대형 아파트가 29억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유찰됐다. 강남 요지의 아파트도 예외 없이 유찰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부동산 경매에서 잠원동 신반포4차 전용면적 137㎡ 물건이 2년 전 감정 가격인 29억2000만원에 나왔으나 유효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신반포4차 전용면적 137㎡는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최고 40억원, 평균 35억~37억원 정도에 매물로 나와 있다. 2019년 32억원에 실거래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물건은 소송으로 인한 절차 지연 때문에 집값이 오르기 전인 2020년 가격으로 나온 것”이라며 “권리관계도 깨끗해 입찰자가 몰릴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58건의 부동산 경매가 진행됐으나 입찰자가 총 12명에 그친 가운데 5건만 낙찰됐다. 매각률이 8.6%에 불과했다.

위축된 분위기는 부동산 공매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세 체납으로 감정가 66억원에 공매에 부쳐진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71㎡는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 6일까지 진행된 3차 입찰에서 55억8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과 같은 평수의 옆 동 아파트는 현재 매물이 6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부동산 하락세가 깊어지면서 ‘집값의 바로미터’인 경매시장도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작년까지만 해도 100%를 웃돌았으나 지난달에는 89.7%까지 떨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