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지난 2년여간 확산한 코로나19가 주거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집은 하루 내내 머무르며 일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됐다. 집을 구할 때도 주변 학군, 역과의 거리, 단지 규모 등을 주로 살피던 과거와는 다른 조건들을 우선 살펴보게 됐다. 최근 분양 시장에서는 스마트홈, ‘숲세권’ 아파트 등 주거 편의성과 쾌적성을 내세운 단지들이 좋은 청약 성적을 거두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들도 새로운 웰빙 트렌드를 좇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주거 공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주거 공간의 쾌적성에 대한 니즈(수요)가 커졌다. 사무실 대신 집에서 근무하고, 레스토랑 대신 집에서 밥을 먹는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확연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에 수요자는 이전보다 더 넓은 집과 주거 공간을 선호하게 됐다.

천장고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주택 시장에 공급된 아파트 천장고는 대부분 2.3m 수준이었다. 높은 천장고 설계를 통해 세로 공간을 확장할 경우 개방감이 크게 개선된다. 천장고는 10㎝만 확대해도 체감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높아진 천장만큼 창문 크기도 커져 일조량, 환기량 등도 개선된다.

높은 천장고로 설계한 단지는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다. 지난해 11월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급된 ‘GTX 운정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는 기준층 2.4m(우물천장 2.52m) 천장고 설계로 좋은 평가를 얻으며 평균 79.67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2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역시 2.5m의 높은 천장고(우물천장 2.65m) 설계가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최고 34.18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청약을 마쳤다.
‘스마트홈’ 선보이는 건설사들
주거 편의성을 높이는 스마트홈 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가 발표한 ‘2020 스마트홈 산업 현황’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1년 85조7048억원에서 2023년 1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확 바뀌는 주거문화, 하루 종일 머무는 공간…'스마트·웰빙'이 대세
건설사들은 집 안의 각종 시스템을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술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최근 아파트에 적용되는 시스템도 음성 인식, 지문 인식에서 더 나아가 안면 인식 기술이 도입되는 등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주거 편의성은 물론 안전성과 에너지 절감 같은 경제성 측면까지 고려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전남 광양시에 공급한 ‘더샵 광양라크포엠’과 전북 군산시에 선보인 ‘더샵 군산프리미엘’에는 안전 서비스 ‘아이큐텍’이 적용됐다. 이 서비스는 음성 인식을 통해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또 현관 앞 서성거림을 감지해 알리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청정환기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GS건설이 짓는 ‘아산자이 그랜드파크’에는 자이S&D와 공동 개발한 공기청정 시스템 ‘시스클라인’을 도입한다. 롯데건설이 충남 천안시에 공급한 ‘천안 롯데캐슬 더 청당’은 스위치 하나로 가구 내 모든 전등 소등과 가스밸브 차단이 가능하다. 또 에너지 사용량과 주차 위치, 날씨 정보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활정보기가 설치된다. DL건설이 짓는 ‘e편한세상 옥천 퍼스트원’에는 스마트폰 원패스 시스템, 입출차 관리 시스템, e편한세상 스마트홈 시스템, 대기전력 차단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
‘숲세권’ 아파트에도 이목 집중돼
코로나19와 더불어 황사, 미세먼지 현상을 겪으며 깨끗한 공기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숲, 공원 등과 같은 녹지를 끼고 있는 숲세권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실제로 도시 내 숲이 초미세먼지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3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도심지의 2월 기준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4.3㎍이었다. 하지만 도시 숲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17.9㎍으로 비교적 낮았다. 초미세먼지가 나무의 잎과 줄기에 흡착·흡수되거나 숲의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분양 시장에서도 숲세권 단지가 인기다. 지난 7월 경남 창원시에 공급된 ‘힐스테이트마크로엔’은 83만㎡ 규모의 대상공원(2024년 예정)이 인접해 있어 관심을 끌었다. 단지는 79가구 모집에 8320명의 신청자가 몰려 1순위 평균 105.3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4월 경기 파주시에 분양한 ‘파주운정신도시 디에트르 에듀타운’ 역시 25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2094건이 접수돼 평균 47.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공급되는 경기 ‘화성산업 평택 파크드림’도 친환경 특화 단지로 꼽힌다. 이 단지와 함께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으로 석정근린공원이 들어선다. 석정근린공원은 전체면적 약 28만㎡ 중 비공원시설(아파트)을 제외한 약 23만㎡에 진입광장, 숲가든, 가족피크닉장, 철쭉원, 숲속잔디마당, 숲속쉼터 등 테마공원과 다양한 산책로 및 등산로를 갖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코로나19뿐 아니라 미세먼지,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쾌적한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도심 숲 인근 공기의 질이 비교적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숲세권 아파트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