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주차면적이 가구당 0.2면에 불과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 3단지' 앞 도로에 이른 시간부터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단지 내 주차면적이 가구당 0.2면에 불과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 3단지' 앞 도로에 이른 시간부터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안양시가 건축심의를 통과한 설계안이 불법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주민들이 15년을 공들인 리모델링 사업도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달 28일 만난 김영주 '목련 3단지' 조합장은 "조합을 해산하고 사업을 접을지 묻는 임시총회를 열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위치한 목련 3단지는 15년 전인 2007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사업이 잠시 멈췄지만, 2015년 금호산업-쌍용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하며 다시 속도를 내왔다.

목련 3단지는 15년 동안 리모델링 사업을 이어오며 담장을 마주한 '목련 2단지'와 함께 평촌신도시에서 가장 빠르게 리모델링 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최근 안양시가 사업 시행 승인을 반려하며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 올해 무난하게 사업 승인을 받아 이주와 공사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기대하던 조합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안양시는 시가 2019년 승인한 리모델링 설계안을 문제 삼았다. 김 조합장에 따르면 조합은 2019년 수직증축 설계안을 안양시에 제출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수직증축을 결국 허용하지 않으면서 수평증축으로 선회해 2020년 건축심의를 받았다. 두 설계안에는 일부 내력벽을 철거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조합장은 "한 층에 7가구가 있는 복도식 아파트에서 한 가구를 별동으로 옮겨 한 층에 6가구로 만드는 설계안으로, 한 가구 분의 내력벽을 철거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설계안으로 건축심의를 통과했었는데, 사업 승인 시점에 갑자기 주택법 위반이라고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목련 3단지 리모델링조합 조합장이 조합 해산을 묻는 임시총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김영주 목련 3단지 리모델링조합 조합장이 조합 해산을 묻는 임시총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주택법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허가기준에는 '내력벽의 철거에 의해 세대를 합치는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내력벽을 헐면서 가구까지 줄이면 불법이지만, 내력벽 철거와 가구 축소는 따로 놓고 보면 합법이다. 목련 3단지의 경우에는 내력벽을 철거하지만, 가구는 별동으로 옮기기에 줄이거나 합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조합장은 "건축심의에서 설계도를 놓고 건축법 위배 등을 확인한다. 심의에서 지적했다면 일찌감치 고쳤을 텐데 사업 승인까지 와서야 위반이라고 번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양시는 설계를 수정하라고 편하게 말하지만, 10개 동 평면 설계안을 모두 폐기하고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이미 리모델링으로 15년을 보냈는데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고 조합원들의 부담도 대폭 늘어나기에 조합 해산까지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합은 29일로 예정된 임시총회 1호 안건으로 리모델링 조합 해산과 안양시 상대 손해배상소송 제기, 또는 리모델링 재추진을 상정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포기하고 조합을 해산하게 되면 건축심의 결과를 번복한 안양시에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을 재추진할 경우 복층 설계를 도입해 향후 3년 내 착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안양시 주택과 관계자는 "건축심의 당시에는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는 것도 용인되는 분위기였지만,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붕괴 사고 이후 정부 기조가 바뀌었다"며 "국토교통부가 안양시 직원들을 불러 (사업 시행을 내주면) 감사원에 감사의뢰를 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기에 손쓸 도리가 없다"고 해명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온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 3단지'에 임시총회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온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 3단지'에 임시총회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편 국토부는 2016년 가구 간 내력벽 철거 문제를 두고 건설기술연구원에 안전성 검증을 맡겼다. 업계에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이 2020년 내력벽 부분 철거는 아파트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국토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토부는 연구결과를 검증해야 한다며 가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조합장은 "단지 주차 면적이 가구당 0.2대 수준에 그치기에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퇴근 시간이면 단지 밖도 주차장이 되는 통에 주민 99%가 리모델링만 기다리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을 재추진하더라도 공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며 "최근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예상 공사비도 매년 250억원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은 공무원들의 두루뭉술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김 조합장은 "내력벽을 손댈 수 없다고 처음부터 명확히 밝혔다면 그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문의할 때마다 '문젯거리가 되지 않도록 알아서 잘하라'며 여지를 주는 태도로만 일관해서는 향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다른 단지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양(경기)=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