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공사 사장 "공사비 민간보다 비싼 1200만원에 고급 공공주택 공급"
“공공주택을 짓는 데 3.3㎡당 1000만원이 아니라 1200만원도 쓸 생각입니다. 그래도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대략 3억5000만원밖에 들지 않습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남구 수서동, 일원동과 강서구 가양동 한강변 등 요지의 임대아파트를 최고급으로 재건축해서 중산층에 팔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인 김 사장은 지난 4월 SH공사로 자리를 옮긴 뒤 민간 주택을 뛰어넘는 고급 공공주택 건설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3.3㎡당 900만원대의 역대 최고 공사비로 화제가 된 용두1-6구역 SH공사 공공재개발 사업 역시 김 사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김 사장은 “비싸게 지어도 공사비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가 10억원, 20억원을 호가하는 것은 토지에 거품이 끼고 건설사의 이윤이 붙어 있기 때문”이라며 “땅을 SH공사가 계속 보유하면 건물을 고급으로 지어도 주변 시세의 반값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 SH공사 소유 임대 단지들의 개발 마스터플랜을 완성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8월 “서울 임대아파트 단지를 타워팰리스급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김 사장의 구상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단지 단위로 지어진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이 시작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1호 재건축 단지가 될 노원구 하계5단지는 현재 640가구를 1541가구까지 늘려 지을 수 있다”며 “기존 주민을 모두 수용하고 남는 900가구는 반값에 분양하거나 전세 임대주택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주택·청년주택과 같이 좁은 원룸, 투룸이 아니라 크게 지어서 민간 주택과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서울 주택시장 주거 안정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재건축이 가능한 30년 이상 된 임대주택이 10만여 가구에 달하는데 서울에서 이 정도 물량이면 충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을 고급 아파트로 재건축할 재원도 충분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 사장은 “SH공사는 보유자산이 70조원에 달하는데 빚은 17조원에 불과하다”며 “이 중 12조원은 전세임대 보증금이라 이자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17년 전에 대거 공급한 전세임대주택 가격이 약 4.5배 급등하면서 SH공사의 자산 규모가 대폭 커졌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10만여 가구의 SH공사 임대주택 자산을 유동화하면 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글=이현일/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