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대구 수성구의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했지만 시장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대구 수성구의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했지만 시장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방 조정대상지역을 모두 해제했지만, '미분양의 무덤'으로 내몰린 대구에서는 너무 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 수성구, 부산, 광주, 대전 등의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했다. 지난 7월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 및 나머지 7개 구·군의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이어 수성구의 조정대상지역도 풀리면서 2020년 6월부터 대구를 옥좼던 규제가 사라진다.

이번 규제지역 조정 결과는 오는 26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은 내려가고 미분양은 늘어나는 등 주택 경기 침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제라도 규제가 풀린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규제가 풀렸다고 큰 변화가 있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분양 물량이 7500가구를 넘고 내년에도 3만 가구 이상이 공급된다"며 "금리마저 계속 오르고 있어 매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공급 물량도 많다"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을 할 여건이 아니다. 실수요자의 갈아타기 정도 외에는 (거래 증가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규제지역 해제를 경험한 지역에서도 같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구 수창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7월 조정대상지역이 풀릴 때만 하더라도 매수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분양가보다 1억원 가까이 저렴한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 수성구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대구 집값은 5.19% 내렸다. 달서구는 7.82% 떨어지며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중구(-6.23%), 달성군(-5.28%), 수성구(-5.18%)도 하락률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역 경남 센트로팰리스' 전용 84㎡는 4억3000만원부터 호가가 형성됐다. 분양가보다 9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매수심리가 식으면서 미분양 물량도 쌓였다. 지난 7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7523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말 1977가구의 3.8배에 달한다.

입주 물량도 적정 수요를 훌쩍 뛰어넘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구의 적정 수요는 1만1892가구이지만, 올해 입주 물량은 이보다 많은 1만9812가구였다. 내년에는 3만3145가구로 올해보다 67.3% 늘어나며 2023년에는 2만804가구가 예정됐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지난 7월 대부분 지역의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대구 집값은 지속 하락세였다"며 "이번 수성구의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지만, 공급 부담이 큰 지역이기에 하락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