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받지 못한 금액이 8909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72%인 6398억원이 다주택자 임대인의 부채인 것으로 나타나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 회수 못한 전세보증금…8900억 중 72% '다주택자 부채'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채무불이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HUG가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8년 50억원에서 2019년 386억원, 2020년 1226억원, 지난해엔 356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7월까지의 미회수금액이 3059억원이다. 5년 새 HUG가 떠안은 악성 채무가 60배 늘어난 것이다.

현재까지 HUG가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를 대신해 변제한 전세보증금은 누적 1조6445억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8909억원(54.2%)을 회수하지 못했다.

채무불이행자 중 개인은 4052명에 달한다. 두 건 이상 갚지 않은 다주택자는 349명이었고 이들이 돌려주지 않은 금액은 6398억원에 달했다. HUG 전세보증금 부채 비중의 71.8%를 다주택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104채를 개인 명의로 소유한 박모씨(28)는 234억원의 보증금을 HUG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106곳의 법인이 채무불이행한 보증금은 599억원 규모다. 이 중 90억원이 2020년 설립된 신생 디벨로퍼 P사로 조사됐다.

HUG는 보증금 미반환 시 변제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 HUG는 국세법에 따른 추징이나 압류가 아니라 경매를 진행해 채권을 회수한다. 하지만 추징과 조사에 한계가 있고 채무자가 잠적할 경우 재산내역 확인도 잘 이뤄지지 않아 채무불이행 규모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장 의원은 “HUG의 향후 보증기금 운용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만성·고액 채무불이행 실명화 등 더욱 강력한 행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