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전문가 10명 가운데 4명은 아파트 가격 저점이 현재보다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바닥 시점은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과 유례없는 거래절벽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단기 시장 회복에 대한 보수적 전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3일 한국경제신문이 건설·시행사, 금융회사, 연구기관, 학계 등의 부동산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파트 저점 설문에서 10~15% 하락 전망이 23.1%, 15~20% 하락이 12%, 2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응답이 5.6%로 집계됐다. 하락폭 10% 이상을 예상한 비중이 40.7%에 달한 셈이다. 단일 응답 기준으로는 아파트 가격 저점을 ‘5~10% 하락’ 수준으로 본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다. ‘0~5% 이내 하락’을 전망한 비중은 26.9%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106명 중 2명은 오를 것으로 답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10% 이상 하락 전망 비중이 40%대에 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조짐에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도 신중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 하락률을 반영하면 지난달 12억7879만원(국민은행 기준)을 기록한 서울 평균 아파트 거래가격이 1억2787만원가량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5~6월 서울 평균 가격 수준이다.

10% 이상 하락을 예상한 이유로 많은 전문가가 심리적 요인을 지목했다. 한 응답자는 “급매물이 속출하면서 집값 하락폭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신규 수요층으로 유입된 2030세대 사이에 집값 하락 공포가 빠르게 퍼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평균 10% 이상 떨어지면 깡통 전세가 속출할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박종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