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번동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서울에서 드문 ‘6억원 미만’ 아파트로 한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 수요가 몰렸는데 최근 정비사업 진행 소식에 시세가 연일 오름세다.

영끌족 몰린 번동주공1단지…예비안전진단 통과, 호가 쑥쑥
13일 강북구에 따르면 번동에 자리한 주공1단지(1430가구)는 이달 7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지난 6월 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지 약 석 달 만이다. 예비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정밀안전진단에 앞서 지방자치단체가 육안으로 건물 노후도를 파악하고 안전진단 필요 유무를 판단하는 단계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2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고, 내년 하반기 정비구역 신청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단지는 1991년 준공돼 올해로 32년차가 된 노후 아파트다. 지난 5월 재건축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높은 주민 동의율을 바탕으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비안전진단 신청은 전체 가구의 36.5%(522가구)가 동의해 신청 요건(10%)을 훌쩍 넘겼다.

번동주공1단지는 한때 서울 내 귀한 ‘6억원 미만’ 단지로 영끌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전용면적 49㎡의 경우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4억원대에 거래됐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하면서 시세는 오름세다. 작년 초에는 전용 49㎡ 기준 6억원대를 넘어섰다. 가장 최근 거래인 올 4월에는 같은 주택형이 7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면적이 더 큰 전용 79㎡는 4월 9억1500만원에 매매되며 9억원대를 돌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번동주공은 소형이 많아 초기 자본이 적게 드는 편이지만 그만큼 대지지분이 작아 추후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