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천 4만3000여 가구, 경기 수원 1만여 가구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하락세인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주를 시작한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한경DB
내년 인천 4만3000여 가구, 경기 수원 1만여 가구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하락세인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주를 시작한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한경DB
수도권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입주 물량까지 겹친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수 심리 위축에 입주폭탄까지 맞으면 매매·전셋값 동반 하락세가 장기화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미분양이 대량으로 쌓여가는 대구 같은 상황이 내년 각각 4만 가구, 1만 가구의 입주가 예정된 인천, 경기 수원 등 수도권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인천 4만·수원 1만 가구 ‘입주폭탄’

인천 4만, 수원 1만가구…'입주 폭탄'에 떤다
인천 4만, 수원 1만가구…'입주 폭탄'에 떤다
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인천에선 신규 아파트 4만3228가구가 입주에 들어간다. ‘공급폭탄’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의 내년 입주량(3만5885가구)을 크게 웃돈다.

인천은 올해에도 4만2605가구가 입주 중이거나 입주 예정돼 있고, 내년(4만3228가구)에 이어 2024년에도 2만3451가구가 입주민을 맞는다. 아직 청약이 본격화하지 않은 3기신도시 인천 계양지구 공급량(1만7000여 가구)까지 더하면 향후 5년간 매해 수만 가구의 입주장이 펼쳐지는 셈이다.

경기 수원, 화성, 양주 등도 수도권에서 입주물량이 두드러진 지역들이다. 수원은 올해 1만912가구, 내년 1만45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2024년엔 2946가구로 줄지만 재건축·재개발 등을 추진하는 지역이 많은 게 변수다. 수원과 근접한 화성, 평택 등지에서도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화성은 올해 1만7661가구, 내년 1만2143가구, 2024년 8379가구가 입주 예정돼 있다. 올해 9363가구가 입주하는 평택도 내년과 2024년 각각 7673가구, 6300가구가 예정돼 있다. 수도권 북부의 양주 역시 올해 8575가구, 내년 1만1714가구가 신규 공급된다.

전세·매매 하락 속 ‘엎친 데 덮친 격’

시장 조정기에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동산 가격 동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통상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 전세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전세시장에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매매시장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이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지역 전셋값은 올 들어 8월 말까지 누적 5.61%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매가 누적 변동률은 -4.79%를 나타냈다. 작년 같은 기간 대구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은 각각 8.55%, 6.73%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수도권도 공급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인천 집값은 올 들어 1.77% 떨어졌고, 전셋값은 3.38% 내렸다. 수원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누적으로 각각 2.74%, 3.93% 하락했다. 화성도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이 -4.33%, 전세가격은 -3.16%를 나타내 동반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대구 지역처럼 수도권 분양시장도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12.1% 늘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말 1509가구에서 올 7월 말 4528가구로, 약 세 배로 증가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지역에서도 무순위가 이어질 정도로 청약 시장의 동력이 저하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선 수요자들이 선별적으로 청약에 나서기 때문에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교통, 입지, 브랜드 등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은 대규모 미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입주 물량이 가격 하방압력 핵심 요인이긴 하지만 유입인구, 멸실가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예컨대 인천에서도 서구는 계양지구와 맞붙어 있어 물량 부담 장기화 우려가 높은 반면 송도는 기업 수요가 많아 공급량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