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부족과 수요 쏠림 현상으로 가격이 가장 먼저 상승했던 서울 신축아파트가 올 들어 가장 먼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급등세를 보였던 신축 아파트가 시장 흐름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앞서갔던 신축 아파트…거래 얼어붙자 먼저 약세전환
25일 부동산R114가 올 들어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의 연식별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 하락률은 0.5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입주 6~10년 준신축과 입주 10년 초과 구축은 각각 0.86%, 0.69%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이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수준이 높은 신축의 매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상승 폭 둔화 속도가 빨랐고, 하락 전환도 가장 먼저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에는 서울 신축의 오름폭이 가장 가팔랐다. 당시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 매매가가 15.56% 상승한 가운데 준신축(입주 6~10년)과 구축(입주 10년 초과) 아파트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12.68%, 13.56% 각각 올랐다. 2018년과 2019년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당시 도시정비사업 규제가 대거 도입되면서 신축 아파트값이 뛰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포함된 정비사업 규제가 도입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도심에서의 공급 부족 우려감이 시장에 반영됐다. 이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과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등이 추가로 발표되자 시장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신축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선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주춤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를 기점으로 서울 지역의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주요 도시정비사업의 신규 분양 지연으로 신축 아파트 공급에 제약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현재 서울은 아파트 공급 물량의 50~80%를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윤 수석연구원은 “지난 16일 정부가 발표한 서울 50만 가구 공급 대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등 재건축 관련 규제 및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규제가 전향적으로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