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 거래 절벽이 장기화하고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재건축·재개발 단지 보류지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일부 보류지가 가격을 낮추는 가운데, 강남 보류지는 높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어 매각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우성1차재건축조합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 보류지 저층 2가구에 대한 입찰을 이날 마감한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아파트를 말한다. 조합은 전체 가구 가운데 1% 이내에서 보류지를 정할 수 있다.

보류지는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아 현금으로 대금을 치러야 한다. 이미 공사가 완료됐기에 옵션이나 동·호수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보류지는 저렴하게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래미안 리더스원의 보류지는 매각 회차를 거듭하며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이번 매물로 나온 2가구는 모두 전용 114㎡ 면적의 4층 매물이다. 지난해 2월 1차 보류지 매각 당시 최저 입찰 가격은 32억원이었지만, 이번 5차 매각에서는 6억원 오른 38억원에 판매한다.
5차 보류지 매각을 진행하는 래미안 리더스원. 사진=한경DB
5차 보류지 매각을 진행하는 래미안 리더스원. 사진=한경DB
가격이 올랐어도 최근 실거래가보다는 저렴하다. 이 단지 동일 면적은 지난 6월 20층 매물이 40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다만 서초구를 포함한 서울 전역 집값이 상승을 멈춘 상황에서 다른 지역 보류지들이 앞다퉈 가격을 낮추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응암제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전일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 이편한세상 캐슬' 보류지 1가구 매각 공고를 올렸다. 2층 전용 59㎡ 면적으로, 최저 입찰 가격은 9억3000만원이다. 지난 4월 해당 가구 매각 공고를 올렸을 당시 10억3000만원이던 것에 비해 1억원 낮아졌다.

태릉현대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도 노원구 공릉동 '태릉 해링턴플레이스' 보류지 일부 면적 가격을 낮췄다. 지난 3월부터 보류지 13가구를 매각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여파다. 당초 13억원이던 2층 전용 84㎡ 2가구의 최저 입찰 가격을 12억6000만원으로 낮춰 오는 23일까지 입찰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 5월 30일부터 11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5월 2일 91.1을 기록한 이후 14주 연속 하락해 지난 8일 84.4까지 주저앉았다. 3년 전인 2019년 7월(83.2) 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보류지 가격도 낮춘 셈이다.

강남 보류지 가격의 상승 행보에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강남은 현금 부자가 많은 지역이기에 가격을 낮추지 않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춰 팔면 호가를 떨어뜨린다는 조합원들의 불만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현재 시장에서는 쉽게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