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내놓은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대로 안전진단 평가 기준이 완화되면 서울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등 과거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아파트가 대거 안전진단을 통과할 전망이다. 목동9단지 전경.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정부가 16일 내놓은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대로 안전진단 평가 기준이 완화되면 서울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등 과거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아파트가 대거 안전진단을 통과할 전망이다. 목동9단지 전경.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정부가 민간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 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안전진단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과도한 규제로 서울 등 인기 주거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규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정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방안은 다음달, 안전진단 개편안은 연말께 각각 내놓을 계획이다.

목동신시가지 등 재건축 청신호

재건축 '안전성 비중' 30%로 낮추면…목동9·11, 태릉우성 '기사회생'
국토교통부는 16일 내놓은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을 통해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추는 게 골자다.

구조 안전성은 붕괴 위험을 따지는 것으로,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가 종전 20%에서 50%로 상향된 2018년 이후 3년간 서울의 안전진단 통과 아파트는 5곳으로, 기준 변경 전 3년간 통과 건수(56곳)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은평구 미성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 안전진단 벽에 막혀 줄줄이 사업이 좌절됐다. 안전진단 평가 기준 변경은 법 개정 없이 국토부 시행령·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연말 개편안이 확정되면 즉각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아직 받지 않은 준공 30년 차 이상 아파트는 30여만 가구에 달한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가 30%로 낮아질 경우 목동신시가지9단지의 안전진단 평가 점수는 기존 58.55점에서 합격선(55점 이하) 밑인 52.90점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동신시가지11단지(58.78점→53.89점)와 노원구 태릉우성(60.07점→54.25점), 은평구 미성(60.23점→53.68점)도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게 된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받도록 해온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이 있을 때만 시행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집값이 재차 들썩이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연말께 안전진단 개편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억원까지 초과이익 환수 면제할 듯

국토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방안을 다음달 중 마련하고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얻는 조합원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된 뒤 “미실현 이익에 과도한 세금을 물린다”는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려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 부활했다. 올해 부과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초과이익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곳은 전국에 70곳 안팎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은 지난달 역대 최고인 가구당 7억7000만원의 예정 부담금을 통보받았다.

가장 유력한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안은 현행 3000만원 이하인 초과이익 면제 기준을 1억원 정도로 상향하는 안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가령 조합원당 평균 1억원의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약 16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면제 기준이 1억원으로 바뀌면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또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10~50%까지 5단계로 차등 적용하는 환수 비율을 낮추는 방안과 1주택 장기 보유자 및 고령자, 임대주택 공급 비중이 높은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초과이익 부담금을 너무 낮추면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과도하게 들썩일 수 있고, 반대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면 민간 주도 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계획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