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창에 전세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창에 전세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뉴스1
“2년 전 보증금 1억원에 200만원이던 월세가 1억원에 300만원으로 뛰었어요. 그마저도 물건이 없어요.”(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월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우려했던 8월 전세 대란보다 월세 대란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월세도 빠르게 뛰고 있어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년 새 최대 월세 150만원 뛰어
"전셋값 비싸 월세 찾는데…물건이 없어요"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월세 매물은 1만909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만335건에 비해 6.2%(1243건)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3만1618건에서 3만1671건으로 0.1%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성북구는 아파트 월세 매물이 지난해 말 882건에서 이날 기준 443건으로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강동구(-35.5%), 동작구(-24.7%), 송파구(-21.7%), 노원구(-19.0%), 강남구(-17.0%) 등에서도 월세 매물이 급감했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예상보다 빠르게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다 보니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부터 월세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공덕동에 있는 공덕SK리더스뷰(전용면적 84㎡)는 2년 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 수준에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8억~9억원이던 전셋값이 2년 새 훌쩍 뛰어 12억~13억원까지 높아졌다”며 “전세자금대출도 쉽지 않아 월세로 눈을 돌린 사람이 부쩍 많아졌는데 매물이 나오는 족족 소화돼 이제는 월세 350만원까지 호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송파더센트레(전용면적 51㎡)는 2020년 3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20만원 선이었으나 올 6월엔 보증금 5000만원에 190만원으로 월세가 70만원 뛰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전용면적 84㎡)는 지난해 6월 보증금 2억원, 월세 45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보증금 2억원, 월세 52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아파트 매매는 꿈도 못 꾸고, 전세도 대출 이자 부담이 너무 크다”며 “어쩔 수 없이 월세를 고려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너무 뛰어 월급으로 충당이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월세전환율 전세금리보다 낮아
당초 시장 안팎에선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2년이 되는 올 8월부터 전세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이미 행사된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전세보다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는 움직임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월 6억3403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 6월엔 6억3315만원으로 소폭 낮아졌다. 반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줄곧 오름세다. 올 1월 124만9000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6월엔 125만8000원으로 올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2법 시행 후 2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6.8% 올랐는데 월세(전환율 연 4.1% 적용)는 22.8% 높아졌다”며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인 월세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월세 품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이 연 4.8%(올 5월 기준)로 오름세이긴 하지만 아직 전세대출 금리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차라리 정해진 월세를 일정 기간 동안 내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수요가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일부 대피성 수요가 몰리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