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막판까지 완화폭 고심…면제 금액 올리고 부과율 조정
9일 발표…결과 따라 재건축 활성화 또는 걸림돌 될 수도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손질에 나선 가운데 곧 나올 개편안에 전국 재건축 단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6년 제도 도입 후 16년 만에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되는 것이어서 부담금 완화 정도에 따라 사업이 속도를 낼 수도, 반대로 좌초될 수도 있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막연히 안 내도 되는 세금으로 여겨졌던 재초환 부담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라며 "부과가 다시 유예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재초환 부담금은 재건축의 사업성을 가르는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베일 벗는 재초환 부담금 개편안…재건축 운명 가른다
◇ 현재까지 예정가 최고액 '7억7천만원'…완화폭 얼마나 될까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9일 내놓는 '주택 250만호+알파(α)' 공급대책의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 기간(추진위 승인∼준공시점)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3천만원 초과분)을 10∼50%까지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제도가 도입됐으나 부동산 침체기 등을 거치며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부터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본격화됐고, 강남권에서는 첫 확정금액 부과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재초환 예정액이 통보된 단지는 전국적으로 약 70개에 이른다.

지난달 예정액이 통보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단지의 재초환 부담금은 가구당 7억7천만원으로, 현재까지 통보된 예정액 중 최고 금액이다.

이는 당초 이 조합이 예상한 4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강남권 부과 1호 단지가 될 서초구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는 사업시행인가 시점인 2018년에 통보된 최초 예정액이 가구당 1억3천569만원이었으나, 최근 집값 급등으로 최종 확정부담금은 예정액의 2배가 넘는 3억원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부담금 완화 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가장 유력한 방안은 현행 3천만원 이하인 면제 기준을 1억원 등으로 상향 조정해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 3천만원 초과부터 초과이익 구간별로 10%부터 최대 50%로 차등화된 부과율을 낮추거나 2천만원마다 상향되는 누진 부과구간을 3천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이 나올 전망이다.

재건축 종전가액 평가 시점을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늦춰 부담금 부과 기간을 단축(최장 10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대로 1주택 장기보유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세부담을 경감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난 6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주택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이고, 보유 기간중 거주기간이 5년 이상인 1주택자 조합원에 대해서는 재건축 부담금의 50%를 경감해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베일 벗는 재초환 부담금 개편안…재건축 운명 가른다
◇ 정부, 적정 수위 고심 거듭…재건축 단지 희비 엇갈릴 듯
정부의 고민은 재초환 부담금 완화에 대한 적정 수위다.

완화폭이 과다할 경우 재건축 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완화폭이 작으면 재건축 조합의 반발과 함께 도심 재건축 사업 활성화도 물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뜨거운 감자'인 이슈다.

전문가들은 면제 기준을 1억원으로 높이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단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부과액이 수억원에 달하는 단지들이 재건축 부담금을 감수하고 사업을 서두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국 재건축단지 72개 조합이 모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연대'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는 비강남권의 소규모 단지인데도 앞서 통보된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이 5억원에 달한다.

강남권인 서초구 반포3주구의 재건축 부담금은 4억원, 강남구 대치 쌍용1차는 3억원, 서초 방배 삼익은 2천7천500만원이 각각 통보됐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방도 부담금이 만만치 않아 수원 영통2구역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예정액은 가구당 2억9천500만원, 대전 용문동 재건축 단지는 2억7천6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예정액일 뿐 최근 2∼3년간 집값이 크게 올라 앞으로 급락하지 않는다면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실제 부과액은 가구당 5억∼1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재건축 조합들은 "재초환은 도심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건축 부담금을 유예 또는 폐지하거나 크게 낮춰주지 않는 이상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제도개선 결과에 따라 재건축 단지간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8억원의 재초환 부담금을 6억원, 많게는 4억원으로 낮춰준다고 한들 재건축 조합이 이를 수긍하고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도심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감면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해서만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형평성 논란도 나온다.

하나감정평가법인 오학우 감정평가사는 "정비사업의 특수성상 조합원중 다주택자가 절반은 될텐데 1주택자에 대해서만 감세를 해줄 경우 조합원간 분란이 커져 사업이 더 지연될 수 있다"며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 제도인데 다주택자 규제인양 보유 주택수로 감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그동안 재초환 부담금은 제도 도입 이후 적용 유예가 거듭되면서 체감이 덜됐는데 이번에 정부의 개편안이 확정되면 그간 막연했던 세금이 '반드시 내야 할 세금'으로 바뀌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정부안을 지켜봐야겠지만 강남 등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단지는 감면안을 받아들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