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택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승을 거듭했던 평택 집값도 휘청이고 있다.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체결되고 있지만, 억대 하락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택시 동삭동 '평택센트럴자이 5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이후 체결된 거래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이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만 하더라도 7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5억원대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근처 '평택센트럴자이 3단지'에서도 지난해 7억원을 넘겼던 전용 84㎡가 5억5800만원에 매매됐고, '평택센트럴자이 2단지'에서는 5억원까지 올랐던 전용 59㎡가 4억원으로 내려왔다.

평택 내 다른 지역에서도 1억원 내외로 하락한 거래가 이어졌다.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도 8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매매가가 지난달 7억4500만원으로 떨어졌고, 세교동 '힐스테이트 평택2차' 전용 84㎡ 역시 6억45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내렸다. 서정동 '평택서정동롯데캐슬' 전용 118㎡도 최고가보다 약 8000만원 낮은 5억47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 상승 유지하던 평택…곳곳에서 '억대 하락'

평택은 직주근접 수요에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지역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가 위치했고 송탄일반산업단지, 칠괴일반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돼 일자리를 찾는 인구 유입이 꾸준하다.

2022년 상반기 수도권에서 아파트 매매가 가장 많았던 곳도 평택이다. 평택에서는 상반기 총 3213건의 아파트 매매가 이뤄졌는데, 이는 수도권 전체 3만409건의 10.6%를 차지한다. 덕분에 평택은 상반기 수도권 집값이 0.43% 떨어질 동안 1.22%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한 시민이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매물 안내문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매물 안내문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집값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평택 집값은 10주 연속 상승을 마치고 0.04% 하락으로 전환했다.

서정동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은 면적의 도시형생활주택 등에서는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금리가 계속 오르다 보니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매수자가 부쩍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2.25∼2.50%로 결정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2.25%)를 추월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8·10·11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가 연내 3.6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높아지기에 집값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 인상에 돌아선 매수자들…깡통전세도 급증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평택은 최근 6개월 사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자가 이뤄진 지역이다. 지난 2월부터 체결된 3205건의 매매 가운데 전세를 낀 거래는 596건으로, 18.5%를 차지했다.

전세가보다 매매가격이 저렴한 역전세 사례도 늘고 있다. 지산동 '이한렉스빌플러스' 전용 40㎡는 지난달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한 달 전 매매가는 이보다 2400만원 낮은 9600만원이었다. 이충동 '이충부영' 전용 59㎡는 지난 4월 전세가 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후 하락을 거듭한 매매가가 지난달 2억원까지 내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외곽 깡통전세는 전셋값은 그대로인데 매매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하반기 금리인상이 단행돼 집값이 더 내려간다면 깡통전세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