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 인상 부담이 커지면서 전국 아파트값이 12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최근 낙폭이 확대되고 있는 서울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이 커지면서 전국 아파트값이 12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최근 낙폭이 확대되고 있는 서울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미국 ‘자이언트스텝’발(發)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이 부동산 시장을 덮치면서 전국 아파트값 낙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9주 연속 하락했고, 낙폭도 2년3개월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대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는 짙어지고 있다.

전국 집값 낙폭 3년 만에 최대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도 '자이언트스텝'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25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6% 떨어졌다. 하락폭은 전주(-0.04%)보다 0.02%포인트 확대됐다. 전국 집값은 1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낙폭도 2019년 7월 첫째주(-0.06%) 이후 3년1개월여 만에 가장 크다.

서울은 9주째 떨어졌다. 낙폭 역시 -0.05%에서 -0.07%로 커졌다. 2020년 4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0.01%)만 상승했지만 오름폭은 전주의 0.03%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송파구(-0.04%)는 잠실동 대단지 위주로 매물 적체가 심화하면서 강남 지역 하락세를 견인했다.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은 하강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도봉구(-0.14%→-0.17%), 노원구(-0.13%→-0.15%), 강북구(-0.13%→-0.14%) 등 모두 낙폭이 확대됐다. 개발 호재로 강세를 보였던 용산구(-0.02%→-0.05%) 역시 3주째 하락했다. 다만 서울시가 26일 발표한 용산정비창 계획은 이번 가격 동향 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가 예고된 이후 일부 지역에서 매물 회수 움직임은 나타났지만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가격 하방 압력에 크게 작용했다”며 “매수 관망세가 장기화하면서 서울 하락 폭이 확대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매수세 위축이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 낙폭은 전주 -0.06%에서 -0.08%로 커졌다. 인천(-0.10%), 경기(-0.08%) 등도 약세였다. 지방도 -0.03%에서 -0.04%로 내림폭이 확대했다.

“내년부터 한계차주 매물 쏟아질 수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날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기준금리(2.25~2.50%)가 한국 기준금리(2.25%)를 역전한 만큼 한국은행도 연말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유력시된다.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매수 관망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금리 인상은 거래량 감소를 고착화하고 하방 압력을 심화할 것”이라며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한계 차주부터 급매, 경매 등으로 매물 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와 개발 정책 등이 꼽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를 검토 중이고, 250만 가구 주택공급 계획도 다음달 발표 예정”이라며 “일부 지역엔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변수들은 지역별로 영향을 주는 이슈이고, 금리 인상은 전체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인 만큼 부동산 시장 관망세는 짙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