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민간과 협력해 짓는 임대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년 전 공모를 통해 건설사를 선정한 ‘민간 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에 물가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압박에도 계약된 금액을 조정할 수 없다는 공모 지침이 달려 있어서다.

금리인상기에 시세 대비 저렴한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사업 불안 요소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가 주도하는 ‘민간 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이 예정된 곳은 전국 21개 단지, 2만3281가구에 이른다. 올 연말부터 2024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단지들이다.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은 발주기관(LH 혹은 지방 공사)이 토지를 공급하고 민간 사업자(건설사)가 시공과 분양을 하는 방식이다. 양측이 공동명의로 진행하고 사업에서 수익이 나면 나눠 갖는 방식이다. 민간이 자사의 브랜드를 내걸고 시공·분양·운영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임대주택이 갖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앨 수 있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공모 지침서에 담긴 ‘협약 체결 후 설계 변경이나 물가 변동 등의 사유로 사업비 제안금액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문구가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공공 계약에서 물가가 급등할 경우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게 돼 있는데 주택사업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시의 한 사업장은 착공 때 사업비가 계약 체결과 비교해 15.5% 올라 163억원의 추가 부담금을 시공사가 물게 돼 있다.

업계에서는 “적정 공사비 보전 없이는 저품질 공사 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협약을 체결한 뒤에도 물가 변동을 고려한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3월 “물가 변동을 배제하는 불공정 조항이 있을 경우 법 위반이 되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국토교통부는 “계약금액 변경을 큰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고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긴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LH 등 공공기관은 “계약 변경으로 사업 수익이 줄어들면 공공기관 특성상 배임이 될 수 있다”며 “진행 중인 사업은 변경이 어렵지만 차후 협약 때는 물가 변동 특약 조항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