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 신호에도 끄떡하지 않던 서울 강남구 부동산 시장마저 움츠러들고 있다. 송파·강동구에 이어 강남구까지 내림세로 바뀌면서 ‘강남 4구’ 가운데 서초구만 상승 지역으로 남았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6주째 내림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0.02%)만 상승했다. 5주 연속 보합세였던 강남은 -0.01%로 하락 전환해 3월 7일 이후 17주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청담, 도곡동 위주로 매물이 적체되면서 집값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의 하락 전환을 두고 현금 부자가 많은 강남권도 매수세 위축이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권 가운데 가장 먼저 하락 전환한 곳은 송파구(-0.02%)다. 6주 연속 내림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집 구매자가 제한되면서 대단지를 중심으로 수억원씩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강동구는 -0.04%를 나타내며 3주째 내림세를 나타냈다. 매주 0.01%포인트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강동구는 올 들어 누적 0.28% 하락했다. 송파구도 누적 0.11% 떨어졌다.
유일한 상승 지역인 서초구도 상승 폭은 예전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두 달 전 0.07%(5월 16일)까지 치솟았던 상승률이 차츰 내려앉아 0.02%에서 3주째 머무르고 있다. 서초는 송파, 강남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없어 상대적으로 거래 제한이 적은 곳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강남은 대출 이자와 무관한 시장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자체에 따른 영향이라기보다 부동산 하락 기조로 인한 매수세 위축으로 풀이된다”며 “정도와 시점의 차이가 있을 뿐 서초구도 하락세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다른 지역의 내림세는 더 가팔라졌다. 노원구(-0.07%→-0.08%), 도봉구(-0.02%→-0.06%), 강북구(-0.07%→-0.08%) 등 일명 ‘노도강’ 지역은 낙폭이 커졌다. 동대문구(-0.06%), 은평구(-0.06%) 등도 각각 0.01%포인트 하락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전체 낙폭은 -0.05%에서 -0.04%로 줄었다. 인천은 -0.08%에서 -0.07%로, 경기는 -0.05%에서 -0.04%로 하락 폭이 감소했다. 지방도 -0.03%에서 -0.02%로 줄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2%를 나타냈다. 전주와 동일한 내림폭이다. 서울은 -0.01%에서 -0.02%로 하락폭이 늘었다. 높은 전세가에 대한 부담과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아파트 청약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체재인 주거용 오피스텔도 생존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고민하는 수요자에게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후불제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단지도 잇따른다.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청약 마감한 대전 ‘힐스테이트 유성’은 473가구 모집에 1038명이 몰려 평균 2.2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단지는 모든 주택형이 전용면적 84㎡로 이뤄진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통상 집값의 10%인 계약금을 ‘1000만원 정액제’로 제시했다. 중도금 50%는 이자 후불제다.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평면이 거의 같지만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인기를 누렸다. 청약통장 유무, 거주지 제한, 주택 소유 여부 등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신청할 수 있다. 주택 수로 산정되지 않아 다주택자 대상 세금 중과도 피할 수 있다. 100% 추첨제다. 올 들어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랭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주거용 오피스텔도 미달 단지가 속출했다.높은 청약경쟁률을 이어온 서울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도 콧대를 낮추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공급한 ‘신설동역 자이르네’는 중도금 60%에 대한 이자 후불제와 시스템 에어컨 무상 제공을 내걸었다. 지난 4월 청약 접수에서 95가구 공급에 3988가구가 신청해 41.9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최고 경쟁률은 266.5 대 1에 이른다.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들어서는 ‘여의도 현대마에스트로’는 4월 162가구 공급에 1586가구가 몰려 평균 경쟁률 9.7 대 1을 보였다. 이곳은 중도금 이자 후불제가 아닌, 무이자 조건을 선보였다.지난달 17일 청약 접수한 서울 방배동 도시형 생활주택 ‘엘루크 방배 서리풀’은 계약금 10%를 낸 뒤 중도금은 5%밖에 내지 않는다. 잔금 85%는 내년 11월 내는 만큼 초기 금융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이 단지는 최고 경쟁률이 16.5 대 1을 나타냈다.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금리 인상기에는 계약금 정액제 등의 조건이 수요자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방 아파트 단지들도 주거용 오피스텔처럼 금융 조건을 완화하는 마케팅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에 매수심리가 차갑게 식어 매물 적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 집값마저 4달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한국부동산원은 7월 첫째 주(4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이 0.03% 하락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주에 비해 하락 폭이 0.01%포인트 줄었다. 서울이 지난주와 같이 0.03% 떨어진 가운데 경기와 인천의 낙폭이 줄어들며 수도권 집값 하락 폭도 지난주에 비해 0.01%포인트 적은 0.04%를 기록했다.서울 집값은 6주 연속 하락했다. 강북 14개 자치구는 0.05%, 강남 11개 자치구는 0.01% 떨어졌다. 강북은 강북·노원구(-0.08%), 도봉·동대문·은평구(-0.06%) 등의 하락 폭이 컸다. 강남은 서초구가 서초·방배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2% 상승했지만, 강서·강동구(-0.04%), 금천구(-0.03%), 송파구(-0.02%) 등 전체적인 하락세가 지속됐다.특히 지난 3월 7일 이후 상승과 보합을 유지해온 강남 집값도 4개월 만에 0.01% 떨어지며 하락으로 돌아섰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4㎡(66평)는 지난달 29일 42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달 초 기록한 최고가와 비교해 1억원 낮은 가격이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도 지난달 28일 21억4000만원에 거래돼 전고가 대비 1억4500만원 내려왔다.인천과 경기는 각각 0.07%, 0.04% 떨어지며 지난주 대비 낙폭을 0.01%포인트 줄였다. 인천은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가 0.16%,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가 있는 서구가 0.09% 하락했다.연수구 동춘동 '하나' 전용 99㎡는 지난달 28일 3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가인 지난해 11월 5억원에서 1억7000만원 급락했다. 옥련동 '현대5차' 전용 84㎡ 역시 지난해 최고가보다 8000만원 내린 4억1000만원에 지난달 29일 팔렸다.경기는 이천시 0.25%, 안성시 0.05% 등 일부 지역이 상승했지만, 수원 영통구(-0.20%), 광주시(-0.18%), 의왕시(-0.18%) 등의 하락 폭이 확대되며 전체 하락세가 지속됐다.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벽적골주공휴먼시아8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28일 이전 최고가 대비 약 1억3000만원 내린 3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광주시 탄벌동 '동보'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최고가 대비 5100만원 하락한 3억7700만원에 팔렸고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동아에코빌' 전용 84㎡도 최고가보다 1억7000만원 낮은 7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이는 매수심리 위축으로 매물 적체가 심화한 영향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이달 서울 매물이 6만5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했다. 1년 전 4만3000여건에 비해 51%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매물도 6만7000여건에서 12만6000여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인천 매물도 1만2000여건에서 2만8000여건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한국부동산원은 "추가 금리 인상,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 등 다양한 하방 압력이 발생했고 매물 적체 영향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대부분 지역 집값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20~30대 아파트 매수세가 꺾이고 있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4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기존 부동산 시장의 주 구매층인 40~50대 비중을 앞지를 정도로 강했던 30대 이하 연령대의 매수세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사금융 등을 동원해 ‘패닉바잉(공황 구매)’ 행렬에 뛰어들었던 젊은 층이 대출이자 부담,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수 비중 40% 밑…4050세대 재역전5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 7917건 가운데 30대 이하 매수 비중은 38.7%(3063건)를 차지했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19년 연평균 31.8%, 2020년 37.3%에 이어 지난해 41.7%로 처음 40%대를 돌파했다. 반기 기준으로는 2020년 하반기 40.2%를 기록하며 주택 매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통상 부동산 시장의 주 구매층은 자산 규모가 큰 40~50대가 차지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40~50대 매수 비중이 48.1%로, 전체 연령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9년 1월엔 40~50대 매수 비중이 50.2%였고, 30대 이하는 29.1%에 불과했다.2030세대 매수 비중이 본격적으로 확대한 건 2020년 8월 처음으로 월 기준 매수 비중이 40%를 넘어서면서부터다. 이후 40% 안팎을 나타내며 4050세대와 엎치락뒤치락했다. 작년 7월엔 2030세대 매수 비중이 44.8%, 4050세대가 41.0%를 나타내며 4%포인트가량 앞섰다.2030세대가 매매 시장 주력 구매층으로 떠오른 시기는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세칭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의 매수 행렬이 본격화됐을 때다.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20년 8월은 전반적으로 아파트값이 이미 많이 오른 가운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역 개발 호재가 나오던 시점”이라며 “시장 전체가 고조되는 분위기를 타고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낀 영끌족의 매수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 소득 적은 젊은 층 ‘직격탄’분위기는 작년 말부터 반전되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하면서 주택 매수 시 대출을 많이 받은 젊은 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고 올 상반기엔 이미 세 차례 올렸다. 하반기엔 빅스텝(0.5%포인트를 한 번에 인상)이 예상되는 등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20~30대는 장년층에 비해 당장 가용 가능한 소득이 적다”며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를 겪으면 대출 이자 부담으로 매수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올 하반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장래 소득을 반영하는 등 젊은 층의 매수 여건이 한결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30대 이하 젊은 층이 다시 주력 구매층으로 나설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처럼 20~30대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진 못하겠지만 5~6월 규제 완화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가 하반기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6억~10억원대 아파트 매수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반면 우 팀장은 “LTV 80% 완화 등 대출 규제 완화 등의 효과를 부정하긴 어렵지만 작년처럼 젊은 층이 주 매수층이 되기엔 구매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