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아파트 단지 너머 광양항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양시 아파트 단지 너머 광양항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외지인 갭투자가 몰렸던 지역에서 깡통전세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남 광양의 전세가율이 85%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이 85%일 뿐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일한 '무갭'이나 전세가가 더 높은 '마이너스 갭투자(역전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양 중동의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500만원이면 단지를 골라서 살 수 있고 소형 아파트는 아예 돈을 들이지 않고 무자본 갭 투자도 가능하다"며 "가지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광양은 2019년께 다주택자들의 갭투자가 성행했던 지역이다. 스타 강사와 부동산 카페 등에서 원정 투자에 나서면서 전체 거래량에서 외지인 비중이 60%를 넘기도 했다. 그는 "당시엔 줄을 서다시피 하면서 집을 샀고, 한 채만 사는 사람도 없었다. 말 그대로 쇼핑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조용한 동네라 가격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고, 최근엔 되레 떨어졌다"며 "금리 인상에 양도세 중과 유예 정책까지 나오면서 대출받아 여러 채 사들인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갭투자 맛집…이제는 매도 릴레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443건이던 광양 아파트 매물은 이달 들어 693건까지 56.4%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400건 내외였을 정도로 변동이 없던 매물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양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6개월 넘게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하락분만 1.8%를 기록하고 있다. 개별 단지들에서도 하락 거래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1억2500만원까지 올랐던 중동 '태영2차' 전용 59㎡는 지난달 1억500만원에 거래됐다.

매매가가 낮아지며 전셋값이 더 높은 역전세 상황도 벌어졌다. 이 단지 동일 평형의 최근 전세가는 1억2000만원으로 지난달 매매가보다 높다. 한국부동산원은 이 단지 전세 시세가 9500만~1억650만원이어서 전세가율이 99%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광양시 전경. 사진=광양시청
광양시 전경. 사진=광양시청
인근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광양은 포스코 광양제철소나 광양항, 산업단지 등이 있어 (전세 수요가 많기에) 전세가율이 기본적으로 높은 지역"이라며 "그렇더라도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셋값이 더 높은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까지 광양에 약 7000가구가 공급되기에 추후 전셋값이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지역 '성호3차' 전용 84도 지난달 1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최고가보다 3200만원 내려왔다. 이 단지 동일 평형의 최근 전세가는 1억4500만원으로 매매가보다 높다. 1억4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집 가운데는 계약 직전 1억3000만원에 매매된 경우도 있다.

이웃한 '성호2차' 전용 39㎡ 역시 지난달 5200만원에 매매된 집이 67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인근 '금광1차' 전용 59㎡는 지난달 1억1000만원 전세를 끼고 1억1000만원에 '무갭'으로 거래됐다.
"지방은 전세가율 높다지만…보증보험 들어야"
전문가들은 지방의 전세가율은 수도권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라면서도 깡통전세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전세가율이 7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하지만, 공장이나 항구 등이 있어 노동자 수요가 많은 지역은 70~80%도 흔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세가율이 높으면 비싸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전세 보증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역전세이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며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유찰까지 된다면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세 계약을 할 때 해당 주택의 깡통전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깡통전세가 늘어나며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전세 사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금액은 20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56억원보다 30% 급증했다. 임대차시장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0% 정도로 추산되기에 전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