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건설업종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대형·중견 상장 건설사 주가는 10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 채권시장에선 기관투자가가 가장 기피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비슷해 대장주가 없는 데다 내수 위주인 건설산업의 성장동력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회사채 기피업종 1위 '건설'…주가는 10년째 박스권 "성장동력 못 찾겠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대우건설 등 건설업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KRX 건설업 주가지수는 올 상반기 18.50%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계장비업(4.70%)과 운송업(4.99%)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2017년부터 주가지수는 500~600대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건설사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가파른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미분양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건설사의 실적은 높아진 원자재 가격과 공정률 지연 이슈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며 “해외 건설 수주가 본격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건설업의 가치를 높게 볼 만한 특별한 소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대형 건설사의 주택 분양 실적을 보면 현대건설(목표 달성률 51%)을 제외하고 대부분 연간 목표치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재값이 급등하고 있는데 1분기 대부분 건설사의 실적에 원가율 상승이 전부 반영되지 않았다”며 “2~4분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반영되면 실적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는 증권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대우건설의 목표주가를 종전 9000원에서 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리 상승으로 외주 도급 사업의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고, 해외 수주 실적도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최근 DL건설의 목표주가를 종전 3만7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국내 건축 매출 감소세로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회사채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리 인상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자재값 인상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국민연금공단·자산운용사·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건설사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 투자 기피로 인해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일부 건설사는 만기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