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호황을 누린 국내 건설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주택 사업에 매달려온 건설사들의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 신규 플랜트 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급랭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중견 건설사들이 하반기를 맞아 일제히 올해 경영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지난해 말에 올해 경영전략을 수립했을 때에 비해 국내외 여건이 급격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파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국내 현안들로 수주 목표치와 재무 전략, 사업 우선순위를 송두리째 바꿔야 할 판”이라며 “사업장마다 수익성을 분석하고 조달 전략까지 다시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자재값은 떨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도급 공사에서 원자재 가격이 평균 10% 상승하면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약 3%포인트 하락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총액 계약이 주를 이루는 민간 공사의 경우 자재값 부담을 다른 곳에 전가하는 게 쉽지 않다”며 “건설사의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누계 기준 1.15%에 그쳤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1.07%로 더 낮다. 하반기 이후 전망은 더 나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이 0.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건설사 전략담당 임원은 “국내외 전망 지표가 모두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국내 주택 사업을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짜여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