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용운주공을 재건축한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 전경. /한경 DB
대전 용운주공을 재건축한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 전경. /한경 DB
대전 용운주공을 재건축한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는 한국토지신탁이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나섰던 단지다. 지상 최대 34층, 18개 동, 2267가구로 이뤄져 있다. 신탁 방식으로 추진된 도시정비사업 중 처음으로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를 성공적으로 준공한 사례라는 평가다.

최근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신탁방식의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신림1구역, 봉천1-1구역 등 4개 사업장의 사업대행자로 선정돼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멈춰 있던 재건축, 1년 만에 정상화

대전 용운주공은 2004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고 사업에 본격 나섰다. 이어 시공사 선정도 마쳤다. 하지만 자금 조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2016년에는 기존 시공사와 계약 해지 문제까지 불거지며 사업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도 감돌았다.

그러나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으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같은 해 7월 조합은 한국토지신탁을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선정했다. 한국토지신탁은 토지개발 노하우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업대행자로 지정 고시가 난 이후 1년 만에 사업계획변경인가와 관리처분변경인가, 이주 및 철거까지 마무리 지었다. 2017년 12월 공급에 나서 3개월 만에 일반분양 물량을 완판했다.

당시 신순이 용운주공 재건축조합장은 “멈춰 있던 사업장이 한국토지신탁의 참여로 정상화됐다”며 “다른 조합들에 신탁방식 도입을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조합들이 겪는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신탁사의 토지개발 전문성과 기술력, 철저한 관리가 사업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얘기다.

시공자에 휘둘리지 않고 조합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조합장은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협력업체도 용역비 체불의 불안을 떨쳐 마음 편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이 재건축사업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운주공은 한국토지신탁이 사업대행자로 참여한 뒤 대형 건설사인 대림산업(현 DL이앤씨)·대림건설(DL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신속한 사업 추진·원활한 자금조달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조합 대신 사업시행을 맡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정비사업에서 토지 소유자(조합원)가 신탁사에 토지를 위탁하면 신탁사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보증 또는 자체 자금을 이용해 자금 조달 및 공사 발주·관리·운영을 대행하고, 발생한 수익을 소유자에게 돌려준다.
10년 넘게 질질 끌던 재건축…신탁방식으로 1년 만에 해결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은 재건축 또는 재개발을 신탁사가 시행자로서 사업을 주도하는 ‘시행자 방식’과 조합이 사업을 주도하고 사업비 조달과 정비사업 업무를 신탁사가 대행하는 ‘대행자 방식’으로 나뉜다.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은 장점이 다양하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신탁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자금의 원활한 조달과 투명한 사업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일반 재건축과 달리 시공사를 조기에 선정할 수 있고 불필요한 설계변경을 예방하는 등 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비대위와 조합간 갈등이나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신탁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시공사 의존도를 탈피할 수 있고, 조합의 업무부담도 줄어든다.

현재 한국토지신탁은 총 25개 사업장(사업대행자 방식 19건, 사업시행자 방식 6건)에서 3만271가구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내 14개 사업장(총 1만4965가구)의 사업시행자·대행자 지정고시가 완료된 상태다. 이 중 서울 신림1구역 재개발(4061가구), 북가좌 제6구역 재건축(1903가구), 흑석11구역 재개발(1517가구) 등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도 다수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