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1~2년 새 수도권에서 신규 오피스텔 분양가격이 새 아파트 분양가를 훌쩍 뛰어넘은 데 이어 최근 강남권에는 전용면적 3.3㎡당 1억원을 돌파하는 오피스텔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고가 오피스텔이 인근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분양가 심사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또 다른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피스텔 고분양가 심사 적용 검토 중”

고급 오피스텔도 고분양가 규제 나서나
1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아파트 대체 상품인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분양가 관리를 위해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HUG는 이달 초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국정감사 지적사항 조치현황’ 자료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했다. 해당 보고에 따르면 ‘고분양가 심사 대상에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포함하라’는 국회 권고사항과 관련,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의 보증보험 발급 사업장을 모니터링 중”이라며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심사 대상 포함) 필요성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고급 오피스텔도 고분양가 규제 나서나
정부가 주택 분양가격을 통제하는 방법은 모든 공공택지와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일부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 HUG가 조정대상지역에서 보증보험 발급 시 적용하는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대표적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 때 택지비 및 건축비에 건설회사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격 상한선을 미리 결정하는 제도다. 고분양가 심사는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보증보험을 발급할 때 주변 시세 등을 기준으로 분양가 책정의 가이드라인을 둔 것이다. HUG 보증보험 발급은 법적 의무사항이어서 사실상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동안 아파트와 달리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이들 상품은 시행사가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설치 기준 완화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있음에도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다”며 “고분양가로 인한 개발이익이 모두 사업자에 돌아가고 있는데 투기과열지구 내 공급되는 상품들은 고분양가 심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형택 HUG 사장은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규제의) 틈새를 비집고 투기꾼들과 사업자들이 분양가를 올리는 하나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새 아파트 가격 추월한 오피스텔 분양가

강남권뿐 아니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오피스텔 분양가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이미 앞질렀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9년까지는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오피스텔보다 434만원 비쌌지만, 2020년에는 처음으로 오피스텔 가격이 569만원 더 비싸졌다. 올해는 3.3㎡당 오피스텔 평균 분양가는 4439만원, 아파트는 3281만원으로 격차가 1158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소득 1~2인 가구를 겨냥한 고급 오피스텔 상품이 잇따라 분양된 것도 오피스텔 분양가 평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 강남에서 3.3㎡당 분양가가 1억원 선인 하이엔드 주거상품이 분양시장에 나왔다. 지젤 라이프그라피 서초(최저 1억443만원·조감도), 에르메티아 서초(최저 9833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최근 주거시장에서 젊은 고소득층 자산가들이 실수요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고분양가 심사 적용 움직임에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를 받고 있는 아파트보다 오피스텔 분양을 통해 수익을 맞춰온 시행사와 건설사들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오피스텔 등을 적극 권장하는 상황에서 분양가에 규제를 가하면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디벨로퍼 업체 대표는 “고급 오피스텔이 팔리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비싸다고 생각되면 알아서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인데 당국이 시장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