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은 주춤한데…대전 '청약불패' 미스터리
대전 아파트 시장이 매매와 청약이 따로 노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찬 바람이 부는 매매 시장과 달리 청약 시장 인기는 지속되고 있어서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분양 참패가 이어지고 있는 대구와 상반된다. 인구 대비 청약통장 가입자 비중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아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시장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전 아파트값은 올 들어 누적 1.58% 떨어졌다. 세종(-6.45%) 대구(-3.17%)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집값 내림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매매 시장의 선행 지표인 청약 시장은 올해 공급된 4개 단지 모두 1순위에 마감됐을 정도로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2월 대전 중구 선화동에 분양한 ‘해링턴 플레이스 휴리움’은 평균 15.5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서구 도마동 ‘호반써밋 그랜드센트럴’도 평균 16.0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월 공급한 대덕구 송촌동 ‘엘리프 송촌 더 파크’ 역시 평균 경쟁률 10.57 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대전은 분양 시장의 대기 수요자인 청약통장 가입자도 유독 많다. 대전의 인구 대비 청약통장 가입자 비중(4월 기준)은 60.5%에 이른다. 비중이 60%를 넘는 지역은 전국에서 서울(65.8%)과 대전뿐이다.

인천(53.2%) 경기(53.3%) 등 대부분 지역은 50%대 초반이고, 전남(37.9%) 전북(38.7%) 제주(38.3%) 등은 30%대에 불과하다.

구도심이 많은 대전의 지역적 특성이 청약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택지지구를 개발하기 어려운 만큼 새 아파트 공급량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수요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2018년께 대전 지역에선 입주난이 심해 당시 청약 경쟁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며 “이런 경험이 쌓여 매매 시장과 별개로 기회가 있을 때 새 아파트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전 지역 입주 물량은 올해 9287가구에서 내년 3370가구로 크게 줄어든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