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혁신도시 반도유보라 마크브릿지 투시도 사진=반도건설
초혁신도시 반도유보라 마크브릿지 투시도 사진=반도건설
전국적으로 아파트 청약 인기가 식어가고 있지만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온기가 돌고 있다. 청약시장은 올해 들어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미분양 사태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지방에서는 공급과잉으로 찍힌 대구와 세종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까지 입지나 단지에 따라 미달이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분양 중도금과 잔금대출에도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고,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다 보니 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 지방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두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높은 청약 경쟁률은 물론 계약 기간 내 '완판'을 하기도 했다. 실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가격'이 분양 성패를 갈랐다는 설명이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 관설동에서 분양한 '초혁신도시 반도유보라 마크브릿지' 총 476가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정당 계약 기간 대부분 가구가 계약했고, 일부 남은 가구는 예비당첨자에게 순번이 돌아가 지난 4일 모든 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최근 청약시장에서 경쟁률은 높게 나와도 계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단지는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총 253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7077건이 접수돼 평균 27.97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전용 125㎡PH는 516대 1의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서자이 에코델타 조감도. 사진=GS건설
강서자이 에코델타 조감도. 사진=GS건설
부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곳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강서자이 에코델타'는 전날 진행한 1순위 청약 결과 132가구 모집에 1만5163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114.87대 1을 기록했다. 부산 공공분양 아파트 역대 최고 청약자 수를 새로 썼다.

앞서 지난 8일 진행한 특별공급에서도 총 597가구 모집에 733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2.27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이틀간 몰린 예비 청약자 수는 2만2814명에 달한다.

흥행 배경은 '가격'에 있다. '초혁신도시 반도유보라 마크브릿지'는 전용 84㎡은 최고 분양가가 3억8130만원이다. 3.3㎡당 평균 1080만원 수준이다. 기존 시장에서 예상한 분양가는 3.3㎡당 평균 1200만원이었는데 예상을 밑돌았다. '강서자이 에코델타'도 마찬가지다. 전용 84㎡ 기준 최고가는 4억9400만원이다. 3.3㎡당 평균 1388만원으로 당초 GS건설이 신청한 3.3㎡당 1435만원보다 더 내렸다.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에 '막차효과'까지 더했다는 게 업계 안팎에서의 해석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가를 오는 9월부터 조정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가격은 분양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했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장점도 있었다. 원주는 비규제지역으로 만 19세 이상 가구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했고, 유주택자 역시 청약을 넣을 수 있었다. 재당첨제한이 없는 데다 계약 이후 자유롭게 전매를 할 수 있었던 점도 청약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부산은 개발 호재가 작용했다. 강서구 핵심 개발지인 '에코델타시티'를 포함해 '제2에코델타시티',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복합산업유통단지', '부산연구개발특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해운대 그린시티를 뛰어넘는 대형 신도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명지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강서구에선 '에코델타시티'가 주목받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왜 들어가느냐', '저기 들어가면 쪽박 차고 나온다' 등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향후 개발이 될 것을 고려하면 실거주하기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5월 권역별 아파트 청약 경쟁률. 사진=리얼투데이
올해 1~5월 권역별 아파트 청약 경쟁률. 사진=리얼투데이
한편 최근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양극화를 보인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도권 청약경쟁률(1·2순위)은 평균 14.0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청약경쟁률인 30.6대 1의 절반 이하 수치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청약 경쟁률이 높아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무순위 청약까지 넘어갔다. 하지만 무순위 청약에서도 예상보다 부진한 결과가 나오면서 남은 물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반면 지방 광역시의 청약경쟁률은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지방 광역시 청약경쟁률은 지난 1~5월 평균 10.7대 1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평균 12.9대 1로 집계됐다. 지방 중소도시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평균 1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지방 8개도는 올해 평균 경쟁률도 9.6대 1로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수도권 분양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높은 주택가격과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며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낮고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많아 청약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