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전세 제도’에 일본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 효과에 주목해 전세 제도 연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은 국내 한 부동산 정책 연구기관에 전세 제도 분석을 의뢰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순 이해 증진이 아니라 서민 주거비 경감 효과에 주목해 연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도쿄는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최대 부동산 업체인 스모에 따르면 도쿄 23구의 평균 월세는 8만1001엔(약 78만4000원)이다. 다만 이는 원룸을 포함한 가격이고 거실과 주방, 화장실, 방 세 개를 보유한 ‘3LDK’의 경우 28만엔(약 270만원) 수준으로 높아진다. 현지에서는 “가구 소득의 3분의 1을 월세로 쓴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반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569만원이었다. 5년 전인 2017년 4억2439만원에 비해 약 59% 폭등했지만, 월 주거비로 따지면 일본보다 저렴하다.

전세는 과세나 월세 부담이 전혀 없어 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다. 계약 종료와 함께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에 100% 월세로 운영되는 미국, 일본 등의 주택 임대 시장과 비교해 임차인의 부담이 작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자가주택 거주 비용을 100으로 봤을 때 전세는 50 내외, 월세는 110 내외로 나타난다”며 “월세는 보증금이 싸지만 매달 부담이 커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낮추고 경제 위기 시 충격 흡수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세는 월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낮은 제도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에서 체결된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이었다. 이 가운데 월세가 13만295건으로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전세 비중은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은 49.6%(12만823건)까지 줄었다. 국토부는 전세 비중이 줄어든 이유로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을 지목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