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우려까지 나온다는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공원 시범개방이 예정됐던 부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공원 시범개방이 예정됐던 부지의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머쓱해졌습니다.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지 하루 만에 잠정 연기 발표를 하게 돼서죠.

국토부는 지난 19일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스포츠필드(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용산공원 부지를 국민에게 시범적으로 개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13일간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시범 개방을 결정한다는 내용이었죠. 시범 개방 장소엔 장군숙소(신용산역 인근), 대통령 집무실 남측 공간, 스포츠필드 등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시범 개방 기간 동안 나온 의견을 향후 공원 조성에 적극 반영한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120여년 만에 돌아오는 용산공원 부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민과 가까이하는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부각시켰죠. 당시 국토부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으로 미군기지 반환이 가속화되고,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까지 연결돼 상호 소통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불과 하루가 지난 지난 20일 국토부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잠정 연기한다고 재발표를 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발암물질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죠. 화장실이나 차양막, 쉼터 등 편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만으로는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하루 만에 깨달을 수 있는 편의시설 부족을 정식 발표 이전까지 인식하지 못한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이를 두고 '홍보 효과만을 계산하다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실제 방문 예약 첫날인 지난 20일부터 예약 사이트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용산공원 부지 내 오염된 토양 관련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시범 개방을 추진했다는 목소리도 높고요.

시범 개방을 앞두고 일부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개방 부지 중 일부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거든요.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유야 어떻든 하루 만에 시범 개방 결정을 뒤집은 것 자체가 졸속 결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여길 수 있는 용산공원 해프닝이지만,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까지 확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250만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에 묶여 혹여 성급하게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겁니다.

물론 원 장관이 "지난 정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집값을 잡으려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하긴 했습니다.

이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주택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을 완화해 안전진단을 쉽게 통과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법 개정 없이도 국토부가 시행할 수 있는 일이라 시장 안팎의 기대가 컸습니다.

정부 출범 직후 안전진단 규제 완화 시기를 늦추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 관계자들의 혼란이 커졌죠. 일부 재건축 단지에선 추진하려던 안전진단 신청 절차를 일단 중단하면서 "다른 것보다 불확실성부터 해소해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죠.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실제론 오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됩니다. DSR 규제 범위가 총대출 2억원에서 1억원 이상 차주로까지 확대되거든요.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시행 전 정확한 시장 판단과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이 없으면 큰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요. 산업 특성상 한번 밀어붙인 정책을 뒤집기도 쉽지 않습니다.

건설업계에 오래 몸담은 원로가 이런 말을 전하더라고요. "부동산 정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뭔 줄 아십니까. 신문 1면에 나오지 않는 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워낙 기대감에 먼저 움직이고, 기대를 크게 선반영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만큼 당국자의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겁니다." 당장 눈 앞의 홍보 효과, 성과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길게 시장을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초석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이해되네요.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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