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성 확보'와 충돌

신반포2차 조합·비대위 '갈등'
조합 '가구수 30% 확대' 하자
반대파 "해임총회 열겠다" 반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한 일부 단지가 소형 평형 확대, 기부채납 증가 등에 반발해 신청 철회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참여를 백지화하기로 잠정 결정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한경DB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한 일부 단지가 소형 평형 확대, 기부채납 증가 등에 반발해 신청 철회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참여를 백지화하기로 잠정 결정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한경DB

빠른 재건축을 위해 서울시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참여를 신청한 단지들이 속속 철회로 돌아서고 있다 심사 기간을 크게 줄여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기대에 참여했지만 기부채납, 소형 면적 공급 확대 등의 제약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조합이 늘고 있어서다.
서울시 “소형 평형 늘려라”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신통기획을 두고 조합집행부와 비대위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소형 평형 등 공급 가구를 늘리라는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한 조합 집행부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닭장 아파트는 안 된다”며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반대파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를 설치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시 7월 초 현 조합 지도부를 해임하는 총회를 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가구 수 늘려라" 신통기획에 강남권 반발 속출

당초 이 조합은 기존 가구 수 1572가구 대비 17% 증가한 1840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으나 서울시는 “주택 공급 효과가 미미하다”며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조합은 서울시 주장을 받아들여 30% 늘린 2051가구로 수정해 제출했다. 김영일 조합장은 “서울시에서는 최대 60%까지 공급을 늘려달라고 했지만 주변 단지 사례를 감안해 30%로 늘려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과 일반분양분 일부인 479가구를 전용면적 51㎡로 돌려 가구 수를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안에는 59㎡ 이하 물량이 없었다.

조합의 수정안은 중대형 면적, 고급화 단지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일부 조합원은 “공급 물량을 늘리면 가구당 분담금을 4000만~5000만원 줄일 수는 있겠지만 조합원이 받게 될 아파트 면적이 줄어 오히려 재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17% 증가안은 거의 1 대 1 재건축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주택공급 강화 같은 공공성 기여 없이 신통기획 트랙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성 강화와 조합 이해 충돌 불가피
신반포 4차는 최근 신통기획 철회를 잠정 결정했다. 신반포 4차 조합은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신통기획 철회 의견을 묻는 대의원 투표 결과 80%의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통기획 철회 쪽으로 조합 지도부가 가닥을 잡자 서울시는 신통기획 철회가 전체 조합원의 의견인지를 물었고, 이에 조합은 전 조합원을 상대로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신반포 4차는 올해 초 서초구청에 신통기획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심사가 반년가량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불신을 불러왔다. 이미 기존 재건축 제도로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 공람단계를 진행 중이어서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도 지난해 공공 주도 재건축(신통기획 전신)을 추진했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철회된 바 있다. 서울시가 예상보다 높은 임대아파트 비율(20.6%)을 제시하면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등 신통기획을 신청한 다른 강남 아파트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전망이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주민 제안부터 정비구역지정까지 5년이 걸리는데 신통기획은 2년으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신통기획 사업 목표 중 하나인 공공성과 조합 측 이해가 매번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신통기획 참여 조합과 서울시 간 엇박자가 나는 곳이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핵심지역에서 대거 참여하면서 신통기획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정절차 간소화 외에는 뚜렷한 실익을 느끼지 못하는 조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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