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정안 시행에도 '미흡'

100가구 넘으면 부담금 내고
300가구 이상은 교육영향평가
분양가의 0.8% 부담금 부과

"통학로 확장" "이전비용 달라"
사업지연 잦고 '무리한 요구'도
규정만 지켜도 공급 10% 늘 것
수도권 30여 개 주택사업장에서 학교 부담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교 신설 부지 논란 끝에 학교 설립을 포기한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한경DB

수도권 30여 개 주택사업장에서 학교 부담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교 신설 부지 논란 끝에 학교 설립을 포기한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한경DB

서울 은평구 갈현동 갈현1구역(4116가구) 재개발 조합은 사업 초기부터 초등학교 신설 부지(면적 7752㎡)를 마련했다. ‘초품아’를 목표로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지난해 8월 조합은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학교 용지 면적(1만5315㎡)을 확보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교육환경영향평가 당시의 용적 기준과 학교 신설에 필요한 ‘학교 신설비 교부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제 와서 추가 부지를 확보하려면 사업 계획을 다시 짜야 하고 그러면 사업이 지연되기 때문에 결국 초등학교 없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30여 개 현장이 학교 문제로 공급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학교 용지 부담금 외에 학교 리모델링, 도로 건설 등 추가 요구가 빈번하고 갈현1지구처럼 용지를 추가 확보해야 하는 돌발상황까지 빚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의적 규제로 주택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며 “학교 관련 규정만 제대로 적용돼도 주택 공급이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의적 규제’로 주택 공급 걸림돌
주택사업자는 단지 규모에 맞게 교육 인프라 비용인 학교 용지 부담금(분양가의 0.8%)을 내야 한다. 100가구 이상 아파트(오피스텔 포함)는 부담금 부과 대상이고, 300가구 이상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교 문제'로…수도권 30곳 아파트 공급 차질

문제는 주택사업자가 인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교육청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허가 승인을 빌미로 주택사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관행이 지속되는 배경이다. 경기도 A시는 부담금과 별도로 학교 교실 리모델링을 요구해 마찰을 빚었다. B시는 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닌 임대주택에 교실 증축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자의적인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 기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육환경영향평가에 ‘통학로 확장공사를 위해 40억원을 달라’(서울 노량진 A구역), ‘일조권 부족으로 이사해야 하니 이전 비용을 달라’(경기 안양 B구역)는 식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학교장 등의 승인이 없으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어 개발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런 관행이 도마에 오르면서 다음달부터 교육환경영향평가 때 학교장 협약서 요구 기간을 제한한 교육환경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여전히 세부 기준이 미비해 기존 관행을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교육환경보호법엔 평가서 작성 기준 외에 심의 세부 기준이 없다”며 “학교 시설 설치, 일조권 확보 등 공공에 기여하는 부분을 법으로 명확하게 정해야 분란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도시개발 사업지에서 학교를 새로 지으려면 전체 규모가 4000가구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걸림돌이다. 4000가구가 입주자 모집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조건이라 1500가구 규모의 3개 사업장이 시차를 두고 들어설 경우 학교 설립이 쉽지 않다.
교육청·지자체가 명확한 기준 마련해야
업계에서는 교육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차원에서 지역별 학교 수요를 파악하고 ‘학교 시설 확보·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교 설립이나 증축은 지역 문제인 만큼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 시설에 대한 적정한 기부채납 기준을 정하고, 학교 용지 확보를 위한 예산 마련 방안을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해야 주택사업자에게 의무를 전가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개별 사업자보다는 지자체가 나서서 교육청과 학교 시설 증설 등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해야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학교 용지 부담금 부과료율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2009년 분양가의 0.4%에서 0.8%로 상향된 뒤 14년째 유지되고 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장은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대폭 감소하고 있어 과도한 부과료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학교 용지 부담금을 똑같이 내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학교 배정이 어려운 것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진수/심은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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