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그린수소, 수소 생태계….’

글로벌 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개선)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단어는 어렵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유한한 자원인 에너지를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가면서 풍부하게 쓸 수 있느냐는 점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알이백)’이라는 캠페인까지 등장하는 마당이다. 이런 트렌드를 일찍 예견했던 SK에코플랜트는 몇 년 전부터 해·바람·물에서 전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연료전지 국산화 가속…수소연료전지 밸류체인 갖춰

SK에코플랜트는 탄소중립 시대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 2018년 글로벌 연료전지 제조사인 미국 블룸에너지로부터 ‘고체 산화물 연료 전지(SOFC)’ 국내 독점 공급권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SK가 국내 연료전지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SOFC는 세계에서 가장 진화한 연료전지 기술로 꼽힌다. 두 회사는 수년간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탄소 제로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력을 제공해 왔다.

2020년 1월에는 블룸에너지와 SOFC 국산화를 위해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을 준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효율을 갖춘 친환경 SOFC를 국내에서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올 연말께 구미공장에서 완제품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200MW 이상 생산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아시아 지역에 판매할 SOFC 역시 이 국내 합작법인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설 방침이다.

○그린수소 영토 확장

그린수소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생산하는 수전해 수소를 말한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미국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과 함께 국내 최초로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를 활용해 고효율의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도 그린수소 생산거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월 동서발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태양광 기반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호주 8개 거점과 중동 등에서 태양광 사업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3426억원을 투자해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 제작기업 삼강엠앤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31.83%를 인수했다. 또 삼강엠앤티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에도 약 1169억원을 투자했다. 1996년 설립된 삼강엠엔티는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을 비롯해 후육강관 및 조선, 플랜트 구조물들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다.

SK에코플랜트는 삼강엠엔티 투자를 통해 해상풍력 발전의 핵심인 하부구조물 제작역량을 확보하고 늘어나는 해상풍력 수요에 대비해 생산량을 증설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발전은 해저 지반에 기초를 세우는 고정식이 대다수이나 향후에는 먼바다에 풍력터빈을 부표처럼 띄우는 부유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부유식 해상풍력의 부유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지붕 태양광 사업도 적극 나서

올 1월에는 베트남 현지 지붕태양광전문 기업 나미솔라(Nami Solar)와 협업해 4년간 총 2억달러, 250MW 규모의 지붕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지붕 태양광은 건물 지붕에 패널을 설치하는 분산형 발전방식이다. 별도의 부지 확보가 필요 없고 입지 규제에서 자유로운 게 장점이다.

두 회사는 앞서 지난해 8월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 ‘새턴솔라에너지’를 설립한 바 있다. 양사의 공동 투자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서 SK에코플랜트는 탄소배출권 등록발급전환판매 등을 맡는다. 나미솔라는 사업개발, 인허가, 직접전력구매계약(DPPA), EPC(설계조달시공), 운영 등을 담당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지난해 4월 민간 건설사 최초로 베트남에서 추진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프로그램 CDM(청정개발체계) 사업’으로 등록해 국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 실적만큼 UN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 자체 배출량을 상쇄하거나 다른 기업에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