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역세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까"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 지난 16일 취임사에서 “정부 출범 후 100일 이내에 250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요가 많은 도심 공급에 집중해 집값 안정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권 초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원 장관의 발언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원 장관은 250만가구 공급 계획과 관련해 "지역별·유형별·연차별 상세 물량과 가장 신속한 공급 방식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이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관심을 끕니다. 그동안 국토부에서 제대로 된 주택 공급 통계가 없었습니다. 예컨대 연도별 전체 주택 및 아파트의 분양·입주 물량 통계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정부와 민간이 다르고, 지자체도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국토부가 공급 컨트롤 타워가 돼 제대로 된 공급 통계를 제공한다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수급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어느 지역에 언제 몇가구가 입주하는지 바로 파악이 가능해 집니다. 전·월세 물량을 찾기 쉬워집니다. 또 해당 지역에 사업승인 단지 등 사업 진행 단지 규모도 알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가 몇 년 뒤 청약하고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원 장관이 수요가 많은 도심에 공급을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법론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나 서울시가 도심 역세권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여주고 역세권 범위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조치가 역세권 주택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까요.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단 역세권에 토지를 소유한 지주가 향후 인상될 용적률을 감안해 사업성을 분석하고 땅값을 높인다고 합니다. 사업성이 높아지는 만큼 역산해 땅값을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개발업계에 나도는 격언이 "오늘 사는 땅이 가장 싸다"는 말입니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용적률을 높여주고 높이 제한도 완화하면 사업성이 높아져 좋아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는 않은가 봅니다.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법적으로는 완화해도 도시계획심의 등 인허가 과정에서 법에 정한 수준만큼 찾기가 힘듭니다. 시 조례 등 각종 규제가 툭툭 튀어 나옵니다. 민간의 도심 개발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입니다. 대형 건설사 임원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역세권 등 도심에 토지작업을 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며 "도심 공급 확대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정상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