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에도 경매 시장에서 집합상가의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올초 전용면적 19㎡ 점포가 감정가의 4분의 1 수준인 735만원에 매각된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한경DB
코로나19 엔데믹에도 경매 시장에서 집합상가의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올초 전용면적 19㎡ 점포가 감정가의 4분의 1 수준인 735만원에 매각된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한경DB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집합상가(건물 내 점포마다 소유권이 다른 상가)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도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권이 저물면서 임대가격도 하향 추세다. 경매 시장에선 유찰을 거듭해 감정가 대비 10분의 1토막 난 가격으로 매각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바닥 모르는 집합상가 몸값

집합상가 '찬밥'…1억 물건, 930만원에 낙찰
11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대표 집합상가인 서울 구로동 신도림테크노마트와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5회 이상 유찰된 상가는 4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회 이상 유찰돼 낙찰가율이 10% 이하인 물건은 12건에 이른다.

집합상가는 200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온라인 판매 확산 등으로 쇠퇴기를 맞았다. 좁은 공간에 여러 상가가 밀집해 있어 코로나19 확산기엔 상권이 더 위축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집합상가 '찬밥'…1억 물건, 930만원에 낙찰
지난달 매각된 구로동 신도림테크노마트 1층 전용면적 11㎡는 감정가 1억600만원짜리가 11차례 유찰된 끝에 930만원에 매각됐다. 같은 건물 지하 1층 전용 10㎡ 상가도 지난 3월 감정가(9000만원)의 9.3%인 833만원에 간신히 주인을 찾았다. 이 물건 역시 11번 유찰됐다.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선 올초 감정가 2800만원짜리 상가(7층·전용 11㎡)가 470만원에 팔렸고, 지하 1층 전용 19㎡ 점포도 감정가(2800만원)의 4분의 1 수준인 735만원에 매각됐다.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엔 14차례 유찰도 잇따랐다. 신도림테크노마트의 2억8700만원짜리 상가(1층 전용 11㎡)는 14번의 유찰을 거듭하면서 겨우 1260여만원(낙찰가율 4.4%)에 팔렸다. 같은 층의 전용 10㎡ 점포도 같은 해 감정가(2억1700만원)의 4.8%인 1040만원에 매각됐다.

○“입지·업종 따져 노려볼 만”

몸값이 바닥을 치는데도 경매 시장에서 집합상가가 외면받는 이유는 공실 때문이다. 싼값에 사더라도 공실이 지속되면 수십만원의 관리비를 매월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합상가 임대가격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집합상가 임대가격지수(2021년 4분기=100)는 99.9로 조사됐다. 2020년 1분기 101.8, 작년 1분기 100.6으로 매년 내림세다. 올 1분기 집합상가 투자수익률은 1.55%로, 전기(1.66%) 대비 0.11%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종잣돈이 적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라면 집합상가에 투자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조언한다. 집합상가는 다른 상가보다 규모가 작아 투자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경매 시장에선 1000만~2000만원대에 서울 지역 상가를 살 수 있다. 집합상가 입찰 시에는 업종제한, 밀린 관리비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례적으로 응찰자가 몰린 집합상가도 있다. 지난달 초 구의동 테크노마트 6층 상가(전용 8㎡)는 감정가(5000만원)의 두 배인 1억여원에 낙찰됐다. 임차인이 2015년부터 77만원씩 꾸준히 월세를 내는 점포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합상가 내에서도 건물 내 위치, 업종, 임차계약 등에 따라 고수익을 내는 점포가 적지 않다”며 “물건을 잘 분석하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상가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