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원문동에 있는 과천 위버필드. 사진=한경DB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에 있는 과천 위버필드. 사진=한경DB
경기도 과천에서 '10억 로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무순위 청약(줍줍) 물량이 4년 전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자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과천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무순위 청약에 8531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2018년 분양했던 이 단지는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부정 청약 등을 적발해 계약이 취소된 4가구가 다시 공급됐고, 평균 경쟁률이 2132.7대 1에 달했다. 전용면적별 경쟁률은 △59㎡ 1320대 1 △84㎡ 2274대 1 △99㎡ 3617대 1이다.

단지에 이처럼 청약자가 몰린 이유는 2018년 분양가 수준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전용면적별로△59㎡B 8억9731만원 △84㎡B 10억8814만원 △99㎡A 11억6590만원 등인데,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8월 21억9000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호가도 20억원대에 포진돼 1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의무 거주 기간이 없다보니 당첨 후 계약금 10%만 내고 잔금은 7월 17일까지 전세를 받아 충당할 수 있다. 다만 공고일 기준 과천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주만 지원할 수 있었다. 때문에 과천에서는 지난해 옥탑방, 반지하 등 저렴한 단기 월세 물건이 일시적으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부정 청약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5월 과천에는 2만5441가구가 있었지만, 지난달에는 2만9054가구로 3613가구가 늘었다. 이 기간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 가구 수는 이보다 1400가구가량 적은 2199가구에 그친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조감도. 사진=한경DB
과천지식정보타운 조감도. 사진=한경DB
과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식정보타운까지 포함하면 과천에서 190가구 내외가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줍줍을 노리고 과천에 주소를 옮기려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반지하나 옥탑방 등 저렴한 단기 월세가 일찌감치 동났다"고 설명했다.

과천위버필드 외에도 과천에서는 '제이드 자이', '과천 자이', '푸르지오 벨라르테', '르센토 데시앙' 등 6개 단지에서 약 190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대부분이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부정 청약 등을 적발해 계약 취소를 통보한 물량이다. 다만 부정 청약 여부 등을 두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과천 내 무순위 청약 물량을 두고 약 1만1000~1만2000가구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과천의 주택 보유현황 통계는 2020년 자료인데, 당시 2만504가구 중 9877가구가 무주택 가구였다. 이후 입주 물량과 증가한 가구 수 등을 감안하면 현재 과천 내 무주택 가구는 1만2000가구 내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수도권 무순위 청약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이달 무순위 청약에 나선 수도권 아파트 11개 단지 가운데 5개 단지는 수요가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위버필드는 네 자릿수 경쟁률을, 인천 '검단 금호어울림 센트럴'은 1가구 모집에 1만2030명이 몰려 다섯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7차 무순위 청약에서 5가구가 미달했고, 106가구를 모집한 부천 '원종 아이원시티'는 75가구가 미달했다. 이 외에도 수원 '서광교 파크뷰', 의정부 '의정부역 월드메르디앙 스마트시티', '송도 럭스 오션 SK뷰' 등이 무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입지가 좋지 않거나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등의 경우에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청약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