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급등에 규제완화 기대…"분양가 오를테니, 기다리자"
건설사들이 신규 아파트 분양 일정을 늦추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 사업 여건이 우호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단기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고려할 것이란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로 분양을 넘기고 있다.

9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식이 끼어 있는 5월 둘째 주에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선보이고 분양 준비에 들어가는 아파트 단지는 KCC건설의 대구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단 한 곳뿐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임대주택·공공임대의 분양 전환을 모두 합해도 전국에서 청약 가능한 규모는 4135가구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7439가구)에 비해 44.4% 줄었다. 이달로 넓혀봐도 5월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단 한 가구도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6013가구, 1만4282가구가 일반 분양할 뿐이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국가적 이벤트가 있어 일단 분양 시기를 미루려는 건설사가 많다”며 “대부분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뒤 분양 일정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분양가 상한제 이슈 역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는 요인이다. 이달 초 건설 시공·시행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3.3㎡당 공사비 평균 가격은 10~15%가량 올랐다. 최근 6개월 동안에는 25~35%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지난해부터 글로벌 원자재 수급난이 심화하면서 가격 상승이 본격화한 영향이다. 시멘트와 철근 가격이 빠르게 뛰면서 공사를 중단하는 현장마저 속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오는 6월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재검토할 것이란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안전진단 완화,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은 시장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분양가 상한제가 규제 완화의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 들어 분양가 산정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으면서 공사 자체에 착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시장·규제 여건을 보면서 분양 일정을 잡으려는 건설사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