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전성시대' 연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 별세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9세.

경 회장은 40여 년간 주택건설 외길을 걸어온 건설업계 산증인이자 숨은 땅의 가치를 찾아내 주택을 건설한 1세대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로 꼽힌다. 2000년 이후 경기 고양시, 파주시 등에서 동문굿모닝힐을 선보이며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1952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그는 홍익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상신전기건설공사를 설립했다. 이듬해 동문건설 전신인 석우주택을 세워 주택사업에 뛰어든 뒤 1984년 사명을 동문건설로 바꿨다.

그는 사업 초기 “싸고 튼튼한 집이 선택받는다”는 철학 아래 가격과 품질 향상에 힘썼다. 원가를 절약해 지역 시세보다 10%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게 마케팅 포인트였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대출과 연대보증을 선 시행사의 도산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업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옵션제를 도입해 위기를 극복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옵션으로 추가하고 층·향별 가격을 차별화해 분양가 거품을 뺀 게 분양 성공으로 이어졌다. 2003년 파주 교하에서 중견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3000가구가 넘는 파주 교하 동문굿모닝힐을 공급했다. 2005년 매출이 6000억원을 웃돌며 중견 건설사 중 선두주자로 도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계열 시행사의 부실로 재정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경 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택지 매각과 함께 1000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출연했다. 2015년 이후 부산 만덕동 백양산 동문굿모닝힐(3160가구), 충남 천안시 신부 도솔 노블시티 동문굿모닝힐(2144가구) 등 대단지가 입주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2019년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지난해에는 새 브랜드 동문디이스트를 선보였다.

장녀인 경주선 부회장(대표)이 2010년대부터 주택사업을 이끌고 있어 경영 공백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인은 늘 소비자를 생각하고 품질 향상에 앞장서 월드건설 등과 ‘중견 건설사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주역”이라고 회고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옥분 씨와 장남 경우선 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 장녀 경주선 동문건설 부회장, 며느리 김소연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발인은 22일이다.

김진수/심은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