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가이드라인 발표가 4개월째 늦어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결정 후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터라 용산정비창 개발에 대한 관심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용산정비창 개발' 발표, 4개월째 늦어지는 이유
1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용산정비창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용역을 마친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가이드라인 발표가 감감무소식이다.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부계획 조율을 이유로 발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와 윤곽은 마련된 상태”라며 “다만 새 정부 출범으로 주택 공급 규모 등 일부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6월 1일 지방선거 재선을 의식해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용산구와 일대 주민들이 용산정비창 부지에 공공주택 공급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주택 공급 비중을 대폭 낮춘 가이드라인을 지방선거 직전에 내놓고 재신임을 물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1호선·경의중앙선 용산역 뒤편 용산구 한강로3가 일원 51만2138㎡ 면적으로 코레일(69.8%), 국토교통부(25%), 한국전력(4.4%) 등이 소유한 국공유지다. 2007년부터 일대 개발사업이 논의됐지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0년 넘게 빈 땅으로 방치돼 있다. 오 시장의 1기 재임 시절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으로 용산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를 합쳐 56만6000㎡를 관광·정보기술(IT)·문화·금융을 아우르는 ‘동북아 최대 비즈니스 허브’로 키운다는 구상이 발표됐다. 27개 금융·건설사들이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111층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를 포함한 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추진했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2013년 3월 ‘드림허브’가 부도를 맞은 뒤 해당 지구 지정도 해제됐다.

서울시는 2019년 6월부터 작년 말까지 용산정비창 개발 용역을 진행했다. 가이드라인은 건축물, 기반시설 등 구체적인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밑그림이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용도지역, 용적률, 높이, 교통 등의 계획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택 공급 규모를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으면서 발표가 미뤄져 왔다.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개발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지만 땅을 소유한 정부와의 의견 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해당 부지에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본래 국제업무지구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주택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