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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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신도시 조성 등 각종 개발사업에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도입한다. 작년 말 불거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왕릉 뷰(view) 아파트’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기존 환경·교통영향평가에 문화유산 영향 평가까지 더해지면 왕릉 등지와 인접한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왕릉뷰 아파트' 재발 방지…세계유산 영향평가제 추진
문화재청은 11일 ‘세계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실행한다고 발표했다. 작년부터 시행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문화재청은 5년마다 세계유산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문화재청은 이번 계획에서 유산 영향 평가 도입을 핵심 과제로 정했다. 개발사업 등이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하고,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면 계획을 변경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영향 평가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고하는 와중에 작년 말 왕릉 뷰 사태까지 불거지자 법제화 검토에 들어갔다.

문화재청은 유산 영향 평가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하위 법령 마련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2024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가 도입되면 문화재청장이 각종 개발사업 계획에 대해 보완·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내 세계유산은 15개로, 전국 70여 곳에 산재해 있다. 문화재청은 다만 세계유산 ‘인근 지역’의 범위 등 구체적인 시행 지침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의 이번 조치는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을 일으킨 ‘김포 장릉(章陵)’ 앞 검단신도시 신축 단지에서 촉발됐다. 연내 입주를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문화재청과의 법적 분쟁 속에 문화재청이 인천시와 인천 서구청에 입주 유보 공문까지 보내자 불안한 마음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공사인 대방건설과 대광건영, 금성백조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 중단 명령 취소 소송은 이달부터 첫 변론이 시작됐다. 최종 결론이 나오려면 수개월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시공사들은 일단 기존 일정대로 입주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금성백조)와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은 공사가 90% 이상 진행된 상태다. ‘검단신도시 디에트르에듀포레힐’(대방건설)의 공정률도 80%를 넘어섰다. 입주 예정일은 예미지트리플에듀가 오는 6월로 가장 빠르고, 대광로제비앙은 7월, 디에트르에듀포레힐은 9월로 예정돼 있다.

구은서/하헌형 기자 koo@hankyung.com